매일신문

개미이야기

공자(孔子)가 길거리 주먹패들에게 봉변을 당하게 됐을때 그를 위기에서 구해준 것은 개미였다. 진(陳)나라로 여행을 하던 공자에게 주먹패들이 구멍뚫린 구슬을 내놓고 바늘없이 실을 꿰어 보 라며 윽박질렀다. 구슬속은 구멍이 구곡(九曲)으로 꼬불꼬불하게 뚫려 있어서 바늘을 쥐어준다해 도 꿸수가 없다. 꼼짝없이 봉변을 당하게 됐는데 한 여인네가 귓속말로 '꿀을 생각해 보시오, 꿀 을'하고는 스쳐 지나갔다. 공자는 현자답게 금세 말뜻을 알아듣고 개미 한마리를 잡아 허리에 실 을 맨뒤 구멍속으로 밀어 넣고는 반대쪽 구멍에다 꿀을 발랐다. 실을 매단 개미가 꿀을 찾아 구 곡 구멍구멍을 굽이굽이 돌아 통과해 나오자 주먹패들은 공자를 놓아줄 수밖에 없었다. 김대중후보가 대선경쟁에서 개미 덕을 볼 요량인지 국민회의 당(黨)마스코트를 '개미'로 하겠다고 발표했다. 구곡 구슬보다 더 복잡하게 뚫려있는 험난한 대선통로앞에서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서는 한갓 미물의 이미지에도 기대봐야겠다는 절박한 심사가 엿보여 안쓰럽기까지 하다. 국민회 의의 생각은 자칭 '준비해온 지도자'인 DJ의 이미지가 겨울을 위해 여름내내 준비하는 개미의 이 미지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라는 것 같다.

국민회의는 지난 92년 대선때도 거북이와 토끼를 심벌로 사용했다가 별 효험을 못본 전력이 있 다. 그래서 이번에 바꿔본게 개미다. 정당의 마스코트는 세계 어느나라나 있지만 황소, 곰, 코끼 리, 당나귀 같은 동물의 이미지를 따온게 대부분으로, 개미같은 곤충류를 택한 건 특이하다. 물론 빗자루를 당 마스코트로 했던 브라질의 별난 예도 있지만 마스코트의 이미지가 반드시 당과 당지 도자의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보완해 준다는 확실한 보장은 없다.

그보다는 평소 당과 지도자가 국민에게 꾸준히 보여온 태도와 행동에서 영상지어진 기존 이미지 가 중요하다. 기존 이미지가 좋게 인식돼 있다면 마스코트의 긍정적 이미지로 곧장 연결될 수 있 겠지만 기존 이미지가 반대로 심어져 있다면 마스코트가 갖는 부정적 이미지만 더 크게 연상될 수 있다. 평소 며느리의 행실이 밉고 곱고에 따라 발뒤꿈치가 계란으로 보일 수도 있고 밉게 보 일 수도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수성씨의 비판처럼 DJ가 '다른 사람을 키우지 않고 항상 자신만이 최고여야 하는가'라는 비판 적 시각으로 보면 DJ는 여왕개미의 이미지가 더 잘맞아 떨어진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여왕개미는 어떤 후계 경쟁자도 생겨날 수 없게끔 인정사정없이 모든 암컷개미의 생식능력을 빼앗아 평생 먹 이나 벌어오는 일개미로 만들어 버리고 장기집권을 한다.

DJ를 굳이 그런 여왕개미의 시각으로 삐딱하게 본다면 개미 마스코트는 오히려 상대 정당으로부 터 '준비하는 개미'가 아니라 '군림하는 일인정당의 통치자'라는 공격거리가 되는 셈이다. 문제는 지금 국민정서나 대선 분위기가 마스코트에 따라 정치적 판단을 결정할 분위기가 아니라는 사실 이다. 이승희의 모델 광고를 보고 속옷을 선택하는 것과 대선후보선택은 다르다. 어느 정당이 어떤 기발한 마스코트를 만들어 내든 국민들은 마스코트의 이미지대로 의사결정을 할 만큼 아둔하지않다. DJ가 진실로 준비해온 지도자라면 일개미의 이미지를 얻을 것이요 그런 신뢰를 못얻어내면 여왕개미소리를 들어도 어쩔수 없다.

다른 경쟁자들이 대나무, 리틀 박, 경제 산신령, 어떤 마스코트와 이미지를 내놓는다 해도 논리는 똑같다. 기치와 마스코트는 그럴 듯하게 내걸고 뒤로는 세 불리고 헤쳐모여 할 궁리만 하고 있는 지루한 대권 다툼이 하도 못마땅해서 해보는 개미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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