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동진의 야구보기

"포스트시즌 감독의 고민"

내가 삼성감독을 맡아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던 지난 90년 빙그레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을 하루앞둔 저녁 한 극성팬에게서 전화가 왔다.

"빙그레의 1차전 선발은 송진우이고 주포 장종훈이 어깨 통증으로 나오기 힘들다"라는 내용이었다.

사실 큰 경기를 앞두고 가뜩이나 머리가 복잡한 감독에게 이런 전화는 더욱 혼란을 가중시키는것이고 상대팀의 교란 작전일 수도 있어 반신반의했는데 다음날 스타팅 오더를 보니 이것이 맞아떨어졌다.

당시 송진우는 롱맨이어서 선발 요원이 아니었는데 빙그레로서는 허를 찌르는 선수 기용으로 1차전을 잡자는 의도에서 그를 선발로 기용한 것이었다.

나도 페넌트레이스에서 빙그레에 3승무패를 기록하며 1차전 선발이 유력하던 유명선을 놔두고 부상에서 회복돼 재활 트레이닝중이던 성준을 기용해 승부수를 띄웠다.

상식적으로 유명선의 선발이 당연했지만 노련미에 앞서고 좌타자 일색인 빙그레 타선을 봉쇄하기위해 성준을 택했던 것이다.

예상대로 빙그레는 유명선을 대비해 우타자들을 포진했으나 성준이 나오자 1회가 지난다음 좌타자들로 타선을 바꿔버렸다.

이날 승부는 서로 상대의 의표를 찌른 선발 투수들의 역투로 7회까지 0대0의 팽팽한 투수전으로진행되다 7회 이만수의 솔로홈런으로 기선을 제압해 삼성이 2대0으로 승리를 거뒀다.이렇듯 포스트시즌에 임한 감독들은 뻔한 전력에서 어떻게하면 최상의 결과를 낳을 수 있을까 밤을 새며 고민하게 된다.

성공하면 명장이고 패하면 천하의 무능한 감독이 된다. 이렇듯 전혀 알지 못하는 팬의 전화 한통화를 받고도 고민을 할 만큼 포스트시즌을 앞둔 감독의 신경은 날카롭기 그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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