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화랑에서 참 귀한 손님들을 만나게 된다. 단정한 옷차림에 조금은 수줍은듯 빼꼼이 조심스럽게 들어서는 그들, 바로 중고교생들이다.
거리에서 흔히 보는 그들이지만 화랑안에서의 모습은 참 깨끗하고 청순해 보인다. 어릴적 향수를느끼게 하는 조금은 멋(?)이 가버린 교복에 우리때완 다르게 너무 커져버린 아이들. 큰키에 입은교복이라 조금 어색하게 보이지만 그래도 단발머리의 학생티는 역시 예뻐보인다. 자발적이라기보다는 과제성격이 강하지만 주말에 화랑을 찾는 그들은 분명 여유로워 보인다. 요즘 학교 미술.음악시간이 다른 과목에 밀려 수업자체가 제대로 되지않고 있다고 한다. 또한 앞으로 더욱 시간이줄어든다고 한다. 대학 입시과목에 밀려서다. 그래서인지 화랑 문을 열고 들어서는 아이들중엔 인문고 아이들의 모습은 거의 없었던것 같다. 특히 그들은 2, 3학년땐 아예 미술.체육등의 수업이없다고 한다.
어느분(?)의 발상인지는 몰라도 참으로 한심스런 교육정책이다. 가장 감수성이 많은 시절, 아이들은 낭만이 없고 꿈이 없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애절한 사랑 눈물의 의미를 모르고, 구르몽의 '시몽, 너는 좋으냐 낙엽밟는 소리가…'를 흥얼거리며 가을을 노래할줄 모른다. 노오란 은행잎을 책갈피 속에 넣어 말리는 여유로움이 사라지고 통기타의 음률을 고전음악정도로 생각한다. 덩치는커졌지만 지구력이 약하고 기다림의 인내심이 없어 충동적이다. 아이들은 기성세대의 과보호에길들여져 버렸고 기성세대는 그들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하고 있다. 여유로움과 낭만이없는 세대, 21세기 그들의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화랑문을 열고나가는 그들의 등에 매달린 책가방이 한없이 무겁게 보인다.
(이철진-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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