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가 22일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가진'정치혁신에 관한 우리의 견해'라는 제목하의 기자회견은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의 6.29선언을 방불케 하는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있다. 이총재는 비장한 의지를 표시하기 위한 듯 기자회견직후 곧바로 천안 독립기념관을 방문했다.
이총재는 이날 기자회견문에도 포함되어 있지만 3김정치와 구시대 정치에 대한 성전(聖戰)이라고선언할 정도로 최후의 승부수를 던졌다. 국민들의 반응이 주목된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 서두를 3김정치청산의 깃발을 올리는 것으로 시작했다. 그는 "오늘 우리는타락한 3김 정치를 청산하고 새로운 미래를 여느냐 아니면 또다시 3김정치에 휘말려 21세기 문턱에서 좌절하느냐의 중대 갈림길에 서있다"면서 "더이상 낡고 타락한 정치를 방관하는 것은 위선이고 나라와 역사앞에 죄를 짓는 것"이라고 톤을 높였다.
그는 이어 검찰의 비자금사건 수사연기 결정을 맹렬히 비난했다. 그는 "이는 검찰스스로가 국가공기관으로의 권위와 책무를 포기하는 행위이며 3김 정치의 압력에 굴복하여 구시대 정치의 검은실체를 감추고자 하는 것이라고 의심받아 마땅하다"면서 검찰의 수사착수를 강력히 촉구했다.그는 "이에 대한 명쾌한 해명이 있지 않을 경우 우리는 차기정부에서 또다시 정치지도자의 부정축재와 관련된 불행한 역사를 반복하게 될 것을 우려한다"고 지적했다.
이총재는 이번을 계기로 신한국당이 혁명적인 발상의 전환을 통해 거듭 태어날 것을 다짐했다.이를 집권여당의 모든 기득권포기와 정치혁신으로 압축했다.
그는 우선 정치인의 비자금 축재에 대한 여야 구분없는, 성역없는 수사를 요구했다. 92년대선자금도 포함되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다음으로는 지정기탁금제도를 전면 폐지할 것을 약속하며 야당과 똑같은 입장에 서겠다는 뜻을보였다. 이 두가지 사항은 다소 획기적이다. 그러면서 그는 기자회견의 하이라이트인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당적 이탈을 요청했다. 외형상 공정선거 차원의 명분을 달았지만 내막적으로 보면 이는 검찰의 수사유보 결정에 영향을 행사한 것으로 보인 김대통령과의 사실상 결별을 뜻하는 것이다.
이총재가 김대통령과의 정면대결을 선언한 직접적인 배경은 검찰이 김대중총재 비자금 의혹을 사실상 수사하지 않기로 결정함으로써 김대통령의 '반이회창 노선'이 분명해졌다고 확신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 측근은 "그동안 이곳 저곳에서 징후가 포착된 김대통령의 '이중 플레이'가 어제 검찰발표로확연히 드러났다"고 말했다.
김대통령이 민주적 경선을 '마지막 개혁'이라고 강조해 놓고 김총재는 물론 탈당한 이인제(李仁濟)전경기지사 등의 '눈치'를 보며 신한국당의 정권재창출 작업을 사실상 방치해 왔다는 주장인것이다.
이총재측은 최근 당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후보교체론'도 김대통령의 의중과 무관치 않은것으로 보고 있다.
이총재의 대중적 지지도가 떨어지고 대선판세가 불투명해지자 김대통령이 민주적 경선이라는 '마지막 개혁'을 포기한채 눈치보기에만 급급, 여권의 분열을 방치했다는 주장이다.이로 인해 민주계를 비롯 후보 교체론을 들고 나오고 있는 비주류측과의 극심한 갈등이 예상된다. 자칫 분당의 위기로 치달을 공산도 커졌다. 청와대측은 대통령의 당적이탈 요구를 사실상 거부했다.
그는 마지막 대목에서 3김정치 청산과 정치혁신을 지향하는 모든 정치세력들에게 자신을 포함하여 모두가 소리(小利)를 버리고 역사적 대의(大義)를 위해 함께 정치혁신의 길을 열어가자면서 반DJP세력의 결집을 역설했다.
〈李憲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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