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목요칼럼 '세풍'

"문제를 푸는 방법"

한달 보름전 바로 이 칼럼에서 '정치권혼돈 너무 길다'고 썼는데, 정치상황이 정돈기에 들어서기는 커녕 더욱 꼬여가고 있으니 이게 웬일인가. 대통령선거를 두달도 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짙은 안개는 걷힐 줄 모르고, 미로의 대선골목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정상적인 분위기에서 선의의후보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면, 경제는 비록 어려워도 내일을 내다보는 국민들의 마음이 이처럼 참담하지는 않을 것이다.

신당이 생겨나고 누가 누구와 합치고, 이리 저리 발걸음이 어지럽더라도 국민된 도리라도 다하는것이 이 어둡고 긴 터널을 벗어나는 방법의 하나가 아닐까 싶다. 어느 회사의 한 부서를 맡고있는 책임자가 번민에 빠질 때가 있을 것이다. 부서장에게 내려온 승진TO는 1명인데, 5명의 부원가운데 누구를 승진추천할 것인가 고민하게 된다. 부원 ㄱ은 출근 정확하고 맡은 바 일은 열심히하는데, 이기심이 지나치다. ㄴ은 품성도 좋아 친화력도 있고 일도 잘한다. 그러나 전체를 보지못하는 맹점이 있다. ㄷ은 근무를 철저히 하고있지만 자기개발에 둔감하다. ㄹ은 대인관계 원만하고일도 중상급인데, 얻어 먹는 근성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이럴때 부서장은 누구를 추천할 수있을까. 모든 연고관계를 배제하는 냉철한 마음가짐을 가진다.

해도 쉬운 일이 아니다.

하물며 국가 진운(進運)과 나라살림을 통째 맡기려는 대통령후보 선택에 있어서 망설임과 고민은깊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 국민들은 더욱 고뇌(苦惱)해야 한다. 믿을 수 없는 인물이니까 안되고,포용력이 없어 안되고, 묵은 인물이니까 배제하고 학자니까 부적격이고, 너무 젊어 안된다는 식으로 인물 한사람 한사람에 대해 표피적으로 판단하지 말자는 뜻이다. 유권자 스스로 대통령감에대한 원칙을 몇가지 세우는 것이 문제를 푸는 방법의 하나가 될수 있을 것이다. ①삶의 기조(基調)를 가진 분인가 ②반부패(反腐敗)의 신념과 실천력을 가진 분인가 ③판단력(결단력.위기관리능력)이 훌륭한가 ④비전의 정치를 펼수 있는가 하는 우선 네가지의 잣대를 가지고 성심 성의껏 분석 평가하면 어떨까.

정국의 소용돌이는 당분간 더 계속될 것 같은데, 유권자 스스로 평가기준을 가지고 상황을 지켜보면 훨씬 마음이 가벼워질지도 모른다.

앞에 제시한 평가기준 중에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겠고, 또 더 보태야 할 대통령 조건도 있겠지만 비전을 가진 인물에 더 무게를 두고 싶다. 며칠전 재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존경받는 기업상(賞)'의 수상자로 뽑힌 보잉.코카콜라 등의 경영책임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공통된 점은 확고한 비전을 갖고 있었다는 것이다. 기득권자의 반발과 저항에 맞싸워 미래설계를하고 발군의 실천력을 보인 인물들이다. 단기적인 이해관계자의 반발을 물리치고, 장기적인 경영전략을 강력하게 추진한 인물들이다. 비전의 동반자는 '개혁'이란 점을 다시한번 일깨워 준다. 국가경영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정치가 잘못돼서 '개혁'이란 말이 신물난다고 하지만, 개혁이야말로결코 버릴수 없는 지상(至上)과제이며 중심가치란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국민된 도리'를 다하려는 마당에 정치권의 협력도 꼭 필요하다. 몇자(者) 대결이 되든, 또 이합집산을 거듭하다 11월 중순쯤 삼자(三者)대결로 고착되든, 천신만고 끝에 이자(二者)대결로 압축되든, 그 과정을 지켜보면 된다. 그러나 주고 받는 말들은 혁신적으로 정화(淨化)되지 않으면 안된다. 하룻밤이 짧다고 아침되면 딴 말하는 것은 정치인 당사자에게도 이득될 게 없다. 또 장난기있는 말들도 삼가야 한다. 아무렇게나 내뱉는 말에 국민이 상처받는다. 말장난하는 것이 한가한사람들에겐 일시적인 즐거움을 줄지 모르나 국민대다수는 심한 거부감을 갖고있다는 점을 알아야한다. 이리저리 머리굴리고 학식자랑하기보다는 열린마음을 가진 지도자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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