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등-청운의 꿈 접은 20대

"대학 시절 장차 내로라하는 건축공학도가 되겠다며 늘 입버릇처럼 말해왔는데…. 학교 졸업 후에도 개인건축사무소에 다니다 힘들게 건축회사에 들어가 얼마나 좋아했는지 몰라요. 얼마나 고생하며 공부했는데 이렇게 끝을 맺다니…"

20일 밤 11시를 훌쩍 넘긴 시각. 식당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선 김미연씨(가명·37·여·대구시수성구 지산동)는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 '혹시나 했지만 이럴수가' 동생 주용씨(26)가 부엌 가스배관에 목을 맨 채 숨져있었던 것. 넋이 나간 사람처럼 황급히 허공에 매달린 동생을 끌어내렸지만 이미 몸에선 온기가 사라진지 오래였다.

주용씨는 지난 3월 (주)에덴주택 부도로 하루 아침에 직장을 잃었다. 그리고 약 7개월간 누나와단둘이 지내왔다. 그때부터 외출도 거의 않았다. 처음 얼마간 자주 오던 친구들 연락도 끊긴지 오래였다. 평소 내성적인 성격이 맘에 걸렸지만 '설마 그럴리야'하는 생각에 이날도 "끼니 거르지말라"는 말만 남기고 출근했다.

싸늘히 변해버린 동생의 시신을 붙잡고 누나는 말을 잊었다. 6남매 중의 막내. 형제들의 귀여움을독차지하고 자란 동생이어서, 객지에 나와 고생하는 동생이 안쓰러워 유난히 정이 갔던 동생인데…. 경북 의성에 계신 부모님을 뵐 낯이 없다.

"처음 직장을 잃은 뒤 다시 일자리를 구하려고 무척 애를 썼어요. 하지만 건축경기가 워낙 침체돼 자리에 있던 사람도 쫓겨나는 판에 새로 직장을 구하기가 쉬웠겠어요? 아무리 힘들어도 '일할수 있으니 좋잖아'하며 씩 웃어보였는데…"

〈金秀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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