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가을노래

어느 시인은 맑고 투명한 가을을 보고 '가을은 바람도 하늘 빛'이라 말했다.

깊은 가을이 되면 언제나 바람소리와 함께 코스모스와 국화를 친구로 삼고 싶은 적이 있었다. 아름다운 음악을 듣고 한줄의 시를 낭송하며 조화로운 삶을 영위하고픈 조그만 꿈이 늘 가을엔 자리잡고 있는 적이 있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바람소리도 국화도 코스모스도 바쁘다는 한가지 이유만으로 외면하고 살아왔다. 겨우 가을시로 만든 대중가요로 가을을 흥얼거려 보았을 뿐이다.

너무나 많은 이별과 만남을 노래했던 이 가을에 외톨박이처럼 가을 밖에 서 있는 나를 발견한다.아니 많은 사람들이 가을 밖에서 서성거리고 있음을 알수 있다. 떨어지는 낙엽과 스산한 바람에도 가을의 정취를 느끼지 못하고 단지 다가올 겨울의 추위에 몸서리를 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짐을 깨닫게 된다.

연일 터지는 대기업 부도소식, 진흙탕싸움도 마다않고 벌어지는 정치권의 작태들. 바로 이러한 슬픈 소식들이 가을의 정서를 송두리째 빼앗아가는 주범들이다.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이상황속에서 한가롭게 가을운운하며 상념에 잠기는 것조차 화려한 사치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노랗게 물든 은행잎을 책갈피에 끼우고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고픈 조그만 욕심조차 채울수 없는 것이 지금의 각박한 현실이다.

더군다나 이별의 계절 가을에 눈앞의 이익을 좇아 이별과 만남을 거듭하며 수준낮은 가을분위기를 연출하는 정치권의 흉한 모습을 보노라면 더욱 가슴이 아프다. 우리는 언제 가을의 한 가운데에 서서 아름다운 가을노래를 부를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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