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가 좀 나아질것 같습니까" 경제팀을 맡고 있어서 그런지 만나는 사람마다 이런 질문을던지지만 대답해줄 말이 없다. 체감적으로 밝은 구석은 찾아 볼데가 없으니 말이다. 금융시장이해외에서 각종루머에 시달리고 외신은 잇따라 이를 보도해 국가신인도는 하루가 다르게 떨어지고있다.
외국 투자가들은 한국은 믿을수 없다며 투매를 계속해 주가는 폭락하고 환율은 달러당 1천원대로치솟아 기업들이 환차손에 울고 있다. 시중에는 달러사기가 별따기이고 아예 거래 중지상태다.대기업이 연달아 쓰러지고 법정관리니 화의신청이니 하는 단어들이 귀에 익어 버렸다. 여기에 명퇴, 감원바람까지 휘몰아쳐 실업자 수는 갈수록 늘고 있다. 우리 경제는 그동안 정부의 보호막속에서 너무 약골로 커왔다. 조금만 추워도 감기에 걸려버린다. 홍콩등 아시아지역 금융위기가 바로우리금융을 뒤흔들어 놓을 정도다. 정부가 폭락증시와 금융위기에서 벗어나려고 진정제를 놓지만그때마다 되레 증세가 심해지는 기현상이 벌어지고있다. 이제 우리경제는 단순한 진정제나 놓아치유될 단계는 지나버렸다. 정부의 보호막도 더이상 보호가 되지못하는 세계화 시대에 왔다. 적어도 근본적인 체질개선으로 경쟁력을 키우지 않으면 소생하기 힘든 상태까지 와버렸다. 정부가 '1달러 1천원선 저지'를 위해 시장개입에 나서고 곧 금융시장 안정대책을 내놓을 예정이지만 이 또한 일과성 진정제로 그칠까봐 걱정이다.
체질을 개선하는데는 과감한 수술이 필요한데 우리는 병명을 알고는 있지만 수술은 늘 미뤄 왔었다. 얼마전 재정경제원을 해체해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아 관심을 끌었던 부즈앨런의 한국보고서에서도 "한국 경제개혁은 실천없는 말잔치뿐" 이라고 지적했다. 부즈앨런은 '한국경제문제에 대해지금까지 해온 각종분석에 놀랐다. 그렇게 많은 개혁안중 실질적인 조치가 취해진 것은 거의 없는데 더욱 놀랐다'고 말하고 있다. 부즈앨런은 "한국경제의 기적은 끝났다"고 단언했다. 한국경제는 아무리 땅값, 인건비, 물류비를 낮춰도 중국을 따라잡을수 없고 효율을 아무리 높여도 일본을이길수 없다는것. 선진일본과 잠에서 깨어난 중국의 틈새에 끼여 깨어질 수 밖에 없는 '호두' 신세가 우리라는 암울한 분석이다.
이같은 보고서에서 보듯이 우리경제는 분명 위기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위기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대기업의 연쇄부도·금융대란 ·외환위기·주가 폭락·명퇴바람등 나쁜 조짐들이 줄줄이 현실로 다가오는데도 정부나 정치권 국민들은 모두 느긋하다. 이위기를 벗어나기위해서는 경제주체인 정부·기업·가계 모두가 위기의식부터 느껴야 한다. 그래서 수술을 또 미룰것이 아니라 과감하게 도려낼곳은 도려내고 꿰맬곳은 꿰매야 한다.
우선 정부는 금융개혁을 통해 경쟁력을 갖추도록 노력해야 하며 실추된 국가신인도를 되 찾아야한다. 부도기업을 양산시키는 현 금융시스템은 어떻게든 이기회에 고쳐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기업도 위기때마다 정부나 은행에 손을 벌릴것이 아니라 기술개발로 경쟁력을 키워 수출에 전력해야 한다.
개인 역시 과소비 풍조를 없애고 외화를 아껴쓰자. 환율이 천정부지로 치솟는데도 고급모피 수입자재등은 날개 돋친듯 팔리고 해외에서 외화를 펑펑 써대서야 이 위기를 어떻게 벗어나겠는가.대기업들이 요즘 고환율의 파고를 넘기위해 묘안을 짜내고 '서랍속 달러 모으기'캠페인을 벌이는것을 주목해야 한다. 지금은 우리경제가 살아남느냐, 쓰러져 2류국가로 전락하느냐 하는 기로에서있다. 일찍이 겪어보지 못했던 추운 겨울이 올까 두렵다.
(도기현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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