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원불교 봉공회

"'장애인 손발' 힘들어도 늘 환한 얼굴"

"아이들이 다 날개달고 하늘로 올라가버려서 텅 빈 침대면 좋겠다고 생각한 때가 한두번이 아니예요"

"이렇게 온몸이 성하고 건강한데 어떻게 하늘과 땅에서 받은 은혜를 갚지 않을 수 있습니까"대구시 수성구 파동에 있는 애망원에서 매주 월요일 뇌성마비 장애자들의 똥기저귀를 갈아주고,몸을 닦아주며, 밥을 떠먹이고, 뒤틀어진 손발을 주무르는 주부 자원봉사자들. 이곳 장애자들의얘기를 전해 듣고 멀리 칠곡에서 일주일에 한번씩 자원봉사를 나오는 30대 주부도 있고, 성당의레지오팀에서 활동나왔다는 동네 아주머니들도 섞여있다. 이곳 자원봉사자의 대부분은 대구 원불교 봉공회(761-9679) 회원들이다.

봉사자 정선명씨는 올해로 14세인 뇌성마비 장애자 김남희를 만나고 돌아갈때면 늘 가슴이 찡하다. 말도 못하고 온몸까지 뒤틀린 남희는 지능이 있는지 가만히 귀기울이면 뭐라고 말도 한다. 혼자서 글자를 익혀서 책 읽는게 소원이라는 남희. 종일 침대에 누워 살면서도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 다 안다. 월요일만 되면 정씨가 찾아오기 때문이다. 정씨가 읽어주는 동화책소리가 그립기 때문이다. 남희와 한침대에 나란히 누운 세명의 정신지체아들도 모두 책읽어주는 것을 좋아한다.엄현송씨는 애망원에만 다녀가면 얼굴이 새까맣게 그을려서 돌아간다. 내내 실내에서만 머무르는애들에게 일광욕을 시켜주기 위해 독같이 무거운 애들을 업고, 햇볕아래서 전신에 지압을 해준다.헤어질 때쯤이면 아무것도 모를 것같은 장애아들의 눈가에 물기가 어려 엄씨는 또한번 가슴이 탄다.

정혜선씨는 결혼해서 시집간 딸과 함께 애망원을 찾았다. 서울로 시집갔다가 모처럼 내려온 딸이친구랑 만나서 잡담하는 것보다 애망원의 꼬마친구들을 더 보고싶어했기 때문이다. 자주 딸과 함께 애망원을 찾았던 정씨는 그전에도 애가 안 떨어지려고 하면 허락을 받고 집에 데려가곤 했다."뇌성마비라 아무것도 모를 것 같은데, 애망원으로 되돌아오는 길목의 용두교를 넘을때면 애들이그렇게 울어요"정에 굶주린 장애자들의 또다른 모습을 정씨는 이렇게 전한다.

고3엄마인 정성권씨는 일주일에 세번씩 이곳을 찾는다. 아침에 오면 오후 5시나 돼야 집에 돌아간다. 요즘은 정씨가 배속돼있는 방의 보육사마저 아파서 그 몫까지 맡고 있다. 올때마다 정씨의손에는 불고기며 샐러드가 들려져있다. 애들에게 먹이기 위해 집에서 만들어온 것이다. 이방 아이들은 포동포동하게 살이 찐 것 같다. 금방 기저귀를 갈아주는데 그새 변을 싸 입고 온 옷을 다버려도 후딱 빨아서 축축한 옷을 입은채 애들 씻기고 밥먹이느라 젖은 옷에 신경이 갈 겨를이 없다. 정씨를 보면 고3엄마라 아무것도 못한다는 것은 핑계이다 싶다.

"옛날처럼 베짜고 농사짓는 것도 아닌데 여성들이 노느라고 얼마나 바쁜지 몰라요. 가을가뭄이그렇게 심한데도, 아침마다 에어로빅이나 등산을 갔다가 물쓰는 양도 한정없구요. 장애자 돌보러같이 가자면 하루이틀 하고는 못배겨내요. 고운 옷에 똥 묻고, 냄새난다고 천리만리 도망쳐요" 봉공회 이정자회장의 당찬 한마디다.

"비교적 교통이 편리한 애망원에는 그래도 자원봉사자들이 여러곳에서 오는 편이지만 시골 구석에 위치한 다른 장애자 수용시설에는 봉사자들을 눈닦고 찾아봐도 보기 힘들어요. 어떨때는 지난달에 채워준 기저귀를 한달내내 차고 있는 경우도 있어요"

봉공회 회원들은 애망원외에도 매주 수요일에는 지산복지관에 무료급식 서비스를 나가며, 한달에한번씩 경산 와촌에 있는 혜양요양원에 가서 성인 장애자들과 시간을 함께 보낸다.매달 한번씩 개인별로 특정 독거노인과 자매결연을 맺어 홀로 사는 할아버지 할머니를 찾아가 김치도 담가주고, 옷가지도 빨면서 말벗이 돼준다.

"처처에 널려있는 가난하고 불쌍한 이들을 내몸처럼 돌봐주는게 바로 네가지 은혜(천지·동포·법률·부모)에 보답하는 길"이라는게 회원들의 신념이다.

장애자들을 돌보고, 대구교당에 돌아와 복지관에 가져갈 김치를 담그는 봉공회원들의 얼굴이 그렇게 환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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