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어음·보증 사절 현금결재 선호

"업계신용 붕괴"

대기업과 지역중견업체들의 잇단 부도 등 경제불안에다 향후 정국(政局)마저 불투명해지면서 사채거절, 어음기피, 보증외면 등 경제활동과 시민생활에서 '신용'이 무너지고 있다.누구를 믿을 수도 없고, 믿는 사람이나 기업들도 내일이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과 불신때문이다.

제직업을 하는 모 사장은 "과거에는 원사를 들여올때 원사업체에 로컬 신용장(신용장에 거래내역을 게재하는 것)을 개설해주고 1~2개월후 네고(수출대금을 은행에서 찾는 것)때 필요한 인수증을원사업체에 끊어주면 됐는데 요즘은 인수증을 미리 제시해야 거래가 가능하다"며 " 내수업체 경우는 현금을 줘야 원사를 구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원사업체들이 직물업체들의 잇단도산으로 못받은 원사대금이 올들어 8백억원대에 이르자 피해를줄이기 위해 '안전장치'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섬유업계에 따르면 이같은 불신풍조가 확산돼 부도소문이 나는 업체와는 거래를 기피하거나 거래를 하게되면 현금거래를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는 것.

대구시 중구 동산동등의 사채시장도 기능을 상실한지 오래됐다.

이곳의 한 관계자는 "경제불안에 따른 불신이 확산돼 선(先)이자를 떼고 어음을 담보로 하더라도급전을 내주기가 겁난다"며 "사채시장은 사실상 기능을 못하고 있다"고 털어놨다.백화점 등 유통업계도 기업체 등을 상대로 특판영업을 할때 매출부진을 감수하고서라도 어음거래를 기피하고 있다.

직장인 박 모씨(40)는 "친한 후배가 사업자금을 대출받는데 필요하다며 보증을 해달라고 부탁해왔으나 이를 거절했다"며 "직장인들도 내일 어떻게 될지 모르는판에 하물며 사업하는 사람에게어떻게 보증을 서줄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金敎榮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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