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영화 속의 과학-죽어야 사는 여자

"젊음의 묘약" 죽음에 대한 경험은 누구나 한번은 겪어야 하는 것이지만, 살아 있는 누구도 경험해 보지 못한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죽음에 대한 불안과 공포의 근원은 죽음이 무엇인지 전혀 알 수 없다는데서 비롯된다.

옛날 도교 사상이 널리 퍼져 있던 중국에서는 신선들에게 불사약과 불로초를 얻기 위해 멀리 일본에까지 사람들을 보냈다고 전해진다. 삶이 풍요롭고 행복할수록 육체에 대한 미련은 더욱 커지게 마련이다. 20세기 현대인들은 생명과학을 통해 직접 불사약과 불로초를 만드는데 주력하고 있다.

죽어야 사는 여자 (Death becomes her.1992년작)에는 젊음을 가져다 주는 묘약이 등장한다. 아름다운 배우이자 친구인 메들린(메릴 스트립)에게 애인을 빼앗긴 헬렌(골디 혼)은 복수심 때문에영원한 아름다움과 젊음을 가져다 준다는 묘약을 먹는다. 메들린도 이미 젊음의 묘약을 마신 상태. 그들은 질투와 복수심으로 서로를 죽이려 하고 끔찍한 결투 뒤에 남는 건 그들의 파멸뿐이라는 섬뜩한 영화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신비의 묘약처럼, 마시기만 하면 죽음과 노화로부터 생명을 구원받을 수 있는 약은 과연 만들어질 수 있을까.

생명과학의 발달로 여러가지 불로초 후보들이 등장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디프레닐과 멜라토닌을 들 수 있다.

디프레닐(Deprenyl)은 흑질(Substantia nigra)이라는 뇌의 작은 영역을 선택적으로 향상시키는 것으로 알려진 약이다. 흑질은 아미노산의 일종인 도파민을 소비하는 뇌세포가 특히 많은 곳이다.도파민은 신경전달물질로서 미세신경섬유의 통제와 면역기능, 그리고 성적욕구를 조절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흑질 속에 있는 뇌세포의 퇴화는 뇌졸중으로 진전될 가능성이 있을 뿐 아니라 노화를 야기하는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람이 노화하기 직전인 45세 이후에 도파민을 함유한 뇌세포가 급격히감소한다는 사실이 그 대표적인 증거다. 디프레닐은 흑질 내에 있는 뇌세포의 퇴화를 막는 역할을 한다. 실험용 쥐에게 디프레닐을 투여하면 쥐의 수명이 40%%정도 증가한다고 하는데, 이는인간으로 따지면 1백 50세에 해당한다.

또 다른 노화 방지약으로 멜라토닌(Melatonin)이 있다. 이 물질은 신경활동에 영향을 주는 신경성내분비물로서, 사고력과 기억력, 판단력과 관계된 많은 기능을 조절한다. 사람이 나이를 먹으면멜라토닌 분비가 감소하는데, 과학자들은 이 현상을 노화를 측정하는데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이러한 약들이 진시황의 꿈을 실현시켜줄 수 있을지는 아직도 의문이 남아있다.정재승〈한국과학기술원 물리학과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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