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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년 8월 29일은 5천년동안 숱한 외침(外侵)을 이겨낸 한민족이 일본제국주의의 총칼아래 주권을 송두리째 상실한 날이다. 1875년 9월 운양호사건을 시발로 각종침략을 일삼던 일제는 1909년안중근의사사건을 국권찬탈의 호기로 삼았다. 일제는 1910년 7월 제3대총독인 데라우치(寺內)총독에게 한·일합방을 지시하자 8월16일 이완용등에게 합방안을 제시하여 1시간만에 동의를 얻어내고 각의를 거쳤다. 22일 오후 창덕궁에서 형식적 어전회의가 열렸다. 이자리에서 이완용이 합방의 불가피성을 역설하고 다른각료들도 동의했지만 순종황제는 이를 인준치 않았다. 그뒤 이완용과 데라우치가 제멋대로 이른바 합방조약에 조인했던 것이다. 일제의 협박과 매국노의 농간에국권을 내준 대한제국의 마지막 군주인 순종황제의 임종직전 유조(遺詔·일종의 유서)가 미국에서 발간된 교포신문인 신한민보 1926년 7월 8일자에 실린 것이 이태진(李泰鎭)서울대교수에 의해공개됐다. 이 유조에서 순종황제는 '한일합방인준은 역신(逆臣)의 무리가 제멋대로 선포했으며 한·일간 여러조칙들은 파기해야 마땅하다…광복노력에 혼백으로라도 돕겠다…'고 조약의 원천무효를 절규했던 사실이 밝혀지면서 '한일합방조약'이 무효임을 확인시켜줬다. 유조에는 나라를 잃은후 구차하게 목숨을 이어간 17년세월에 대한 자신의 회한과 2천만 동포에 대한 죄스러운 감정도절절이 담고있다. 힘없는 국왕으로 일제에 국권이 빼앗기긴 했지만 나라사랑하는 마음엔 숙연할뿐이다. 급변하는 국제정세에 대응치 못하고 민족단결보다 분열로 치달은 결과인 '경술국치'에 대한 순종 유조를 대하면서 오늘의 한반도주변정세와 정치권의 혼미를 걱정하지 않을수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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