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선게임 하프타임을 갖자

또 한차례 여론조사가 끝났다. 대선후보들의 TV토론회도 어지간히 해볼만큼 해봤다. 합당이든 야 합이든 후보와 정당간의 갈라서기와 손잡기도 일단 한번 추슬러지고 정리가 됐고 그사이 각 후보 들의 약점과 흠집도 벗겨질 대로 벗겨졌다. 웬만큼 대선에 관심을 가진 국민이라면 이제 각 후보 들의 됨됨이가 대충 어떠하리라는 것쯤은 가늠해볼 수 있을만한 시간이 흘렀다고 본다. 12월18일까지 기다릴것도 없이 내일 당장 투표를 한다해도 잘못된 선택은 없지않겠느냐는 생각도 든다. 물론 아직 더 많은 검증과 관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이도 없지 않을것이다. 여론 조사가 더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을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주장과 바람은 대선선거판이 이성적일 것을 전제했을때의 얘기다. 지금처럼 후보자나 유권자 국민모두가 감성적으로 흐르고 있는 상황 에서는 더이상 게임만 길게 끈다고 해서 보다 올바른 선택이 보장된다고는 믿어지지 않는다. 선거전이 치열해져갈수록 하루하루 후보들의 이미지와 진면목이 아침안개를 걷어내고 서서히 나 타나는 산의 모습처럼 맑게 투영되는 것이 아니라 날이 가면 갈수록 점점 더 모호해지고 흐려지 고 있기 때문이다. 솔직히 토론회를 열면 열수록, 비방일색의 성명이 쏟아져 나오면 나올수록 점 점 더 어느 후보도 '제대로된 인물이 못된다'는 인상만 짙게 심어가고 있다. 모든 다툼이 감성적 으로 흐르고 있어서다 .

세사람 후보들이 치고받는 상호비방과 흠집내기 논리가 모두 다 진실이라면 결론은 세사람 모두 언행이 믿을수 없는 야심가이며 21세기 국가 지도자로서는 기본적 자질이 모자라는 야합집단이란 얘기가 된다. 국민들로서는 선택해서 안될 사람들중에서 가장 덜 나쁜사람을 선택해내야 하는 이 상한 선거를 하게 되는 꼴이나 다름없다. 이성의 싸움이 아닌 감성의 다툼이 빚어내고 있는 불행 이다.

YS와 최대한 멀리 떨어질수록, 그리고 베드로가 예수를 세번 부인했듯이 「나는 YS사람이 아니 오」를 강조할수록 표를 더 많이 얻을수 있다는 전략이 나온 것도 국민들의 대선정서가 상당부분 감성적인데서 기인된 점이 없잖다. 이·조(李·趙)팀의 YS차별화 선언 이후 지지도가 상승세로 돌아선 상황도 「이조연합」이 고와서라기보다 미운 YS를 공격해주니까 밀어주고, 이인제가 고 왔지만 뒤에 YS가 있다니까 다시 싫다는 감성적 반발심이 적지 않았던 결과라는 일부의 주장은 그래서 설득력을 갖는다.

DJ 역시 비자금 의혹, 빈번한 식언, 건강에 대한 부정적 비판에도 불구하고 특정지역에서 86%% 를 넘어서는, 고정되다시피 굳어있는 붙박이식 지지율 또한 감성적 판단이 강한 탓도 크다는 지 적을 피하기 어렵다.

이번 대선에서는 더이상 감성적인 분위기나 정서가 선거 흐름을 지배하는 잣대가 돼서는 안된다 고 본다. 21세기를 열어가야 할 지도자를 뽑아야하는 지극히 중요한, 어떻게 보면 마지막 기회나 다름없는 이번 대선은 어느 선거때보다 이성적으로 기울어 있어야 하는 것이다. 누구가 밉고 그 래서 그중 누가 더 많이 같이 미워해주느냐에 따라 지지를 보내는 감성적 판단이나, 아무리 결함 있고 미워도 내쪽사람이면 무조건 민다는 감성적 집착으로부터도 벗어날수 있어야 한다. 과거에 매달리고 흘러간 감성의 뒤풀이에 집착하려들수록 어리석은 선택을 하기 쉽다. 지금 대선분위기 는 아무리 봐도 후보들이나 유권자 모두 너무 감성적으로 들뜬채 급류처럼 여유를 잃고 흐르고 있다.

잠시 가슴과 머리를 좀 식히고 다시 시작할 필요가 있다. 축구나 농구같은 스포츠에 하프타임이 있는 것도 보다 나은 경기를 위한 목적에서다. 대선 D데이 30일, 이제 이전투구의 대선그라운드 에 들뜬 감성을 진정시킬수 있는 하프 타임이 필요한 때다. 이대로 가면 자칫 「집단 실수」를 할 위험만 커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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