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업주부=무능력' 인식 떨쳐내자

"남편과 자녀의 얼굴을 볼 시간도 없다. 아이들의 생일파티를 비디오로 봐야했을 때가 가장 슬펐다. 사는게 아니었다. 가족에게 죄를 짓는 것 같았다"

혹심한 경쟁사회속에서 누구나 부러워하는 최고경영자 자리에 올랐다가 이를 박차고 가정으로 돌아간 한 여성의 귀거래사가 전 미국사회에 큰 파장을 낳았다. 22년간 몸담았던 직장을 포기하고가정주부로 돌아간 펩시콜라 북미담당 브렌드 반즈(42)의 얘기는 여성해방이 가장 진전된 미국사회에서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면서 근래들어 '어떻든 문밖으로만'나도는 우리나라 주부들에게 많은 점을 시사해준다.

"신세대 여성들이 '직장은 필수, 결혼은 선택'을 외쳐대고, 나가서 돈벌이 하는 여성, 바깥으로 나도는 여성들을 능력있고 부지런한 여성들로 여기면서 말없이 가족을 돌보는 대다수 가정주부들은상대적인 열등감에 사로잡히고 있다"는 많은 여성들은 바쁘고 꽉 짜여있는 현대 산업사회에서 모든 여성들이 남자들처럼 개인적인 자유와 여유없이 무조건 바깥 조직속에 휩싸여버리기를 강요하는 가치관은 다시한번 생각해봐야한다고 지적한다.

미국계 컴퓨터회사의 촉망받던 직원인 박종남씨는 결혼하고 아이가 태어나자 미련없이 직장을 버렸다. 부엌일에 집안일이며 아기키우기까지 표도 나지 않는 일들이 꼬리를 물지만 박씨에게는 매일매일 기적이 일어난다. 갓태어나서 부터 지금까지 자녀가 자라면서 보여주는 갖가지 재롱들은그에게 가정생활의 힘듬을 깨끗이 씻어주는 묘약이다.

몇년전 한일은행대구경북본부 파트타임 행원으로 재입사한 김경희씨(42·대구시 수성구 시지 천마타운)는 결혼과 동시에 부모를 모시기 위해 퇴직했다가 10년동안 살림을 산뒤 최근 재입사했다.당시 같이 근무했던 직원들이 계열사의 최고 관리직에 올라있지만 김씨는 그들의 출세가 하나도부럽지 않다. 지난 10년간 가정을 소중히 돌볼 수 있었던게 그로서는 무엇보다 중요했기 때문이다.

"한달에 두어번을 제외하고는 온가족이 저녁을 같이 먹습니다. 밥상머리 대화를 통해 사춘기에접어든 딸의 심리적·신체적 변화까지 느끼고 있으며, 우리 가족의 중심축은 자녀들에게로 옮겨져 있습니다"

김씨는 이제 그들 부부의 생활중심이 어느새 자녀들에게로 옮겨져있음을 발견한다. 그들이 어떤미래를 펼칠지는 미지수이지만 최선을 다해 뒷바라지를 한다는 마음은 변함이 없고 항상 대화하는 가족상을 키워나가려고 애를 쓴다.

'사랑하는 동건아! 오늘도 학교 생활하느라 많이 힘들었지. 하지만 힘든 만큼 보람도 있듯이 모름지기 최선을 다하면 미래가 보인단다. 인생에는 연습이 없으며, 잘못 살았다해서 다시 살수는 없듯이 과거가 문제가 아니라 미래가 문제란다. 우리는 항상 지나간 과거에 얽매여 미래를 그냥 스쳐 지나가 버린단다. 최선을 다해 우리 가족 모두 미래를 향해 힘차게 달려가 보자구나'.딸 정민, 아들 동건에게 얼굴 맞대놓고 얘기하기 까다로운 문제는 도시락 편지를 써보내기도 하고 쪽지를 책속에 끼워두기도 하면서 21세기 신가정상을 정립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아주 슬금슬금 문밖으로 나서버리는 여성들이 유난히 많습니다. 그렇다고 그들이 다 이웃과 더불어 살려는 열린 의식을 가진 사람들도 아닙니다. 돈이 많아서 나선 사람도 있고, 돈이 없어서나선 사람도 있고, 남편 몰래 나선 사람도 있고, 남편을 위해서 나선 사람도 있습니다. 공부하러나선 처녀들도 있고, 돈벌이 하러 나선 처녀들도 있고, 그저 무작정 길거리를 헤매는 아이들도 허다합니다. 이렇게 저마다 다른 까닭으로 슬금슬금 집밖으로 나서다보니 복부인도 있고, 자유부인도 있고, 운동권 대학생도 있고, 유한마담도 있고, 큰손 아주머니들도 있고, 치맛바람 어머니도 있고, 계 오야(계주)도 있고, 공순이도 있고 아무튼 각양각색입니다"

서울대 권태준교수는 오늘날 이땅의 여성들이 개인적인 존재가치나 사회적인 역할에 대한 확신을갖는 일이 선행되지 못한채 큰물에 쓸려가듯이 살아가는 행태를 벗어나 우리 생활의 멋과 맛을되살려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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