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실명제' 정치권 도마에

금융실명제 보완을 촉구하는 정치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정부가 실명제 보완의지를 보이지 않을 경우 독자적으로 보완입법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며 국민회의는 즉각적인 실명제 실시 유보를 촉구하는 등 실명제 문제가 정치권의 도마위에 올랐다 .한나라당 맹형규(孟亨奎)선대위 대변인은 27일 "우리경제를 이 지경으로 만든 원인이 금융실명제에 있다는 것은 대다수 국민들의 여론"이라며 실명제 보완을 촉구했다. 맹대변인은 "정부가 시간을 끌 경우 경제를 살리기 위한 방법으로 국회를 소집해 입법조치에 나설 방침"이라는 뜻도 분명히 했다.

특히 한나라당의 이같은 입장은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밴쿠버 기자간담회에서 "실명제를 보완하면 우리는 불행한 나라가 될 것"이라며 보완불가 입장을 밝힌뒤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조순(趙淳)총재도 이날 실명제 보완방향에 대한 구체적인 복안을 밝혔다. 조총재는 이와 관련,"종합과세를 하지 않고 분리과세를 추진하고 예금의 비밀을 보장하는 쪽으로 보완되면 실명제는 상당부분 완화된다"며 당의 실명제 보완방향을 제시했다. 조총재는 "김영삼대통령이 보완불가 입장을 밝힌 것은 자신의 집권중에는 어렵다는 말인데 경기침체와 금융저축 불안을 막기 위해서는 대폭 완화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민회의는 보완보다도 실명제의 즉각적인 유보를 촉구했다. 김대중(金大中)후보는 전날 3당후보합동토론회때와 마찬가지로 이날도 인천 TV토론회에서 "금융실명제는 즉각 유보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동영(鄭東泳)대변인도 이날 성명을 내 "달러가 바닥나 외국에서 돈을 끌어오는 마당에 안방 장롱속에 넣어둔 돈을 그대로 둘 수 없다는 것이 우리당의 입장"이라며 당장 실명제 기능 정지를 선언하라고 촉구했다. 정대변인은 또 "금융권이 총체적 위기에 빠지기 전에 취할 수 있는조치라면 모두 즉각 취해야 한다"며 즉각적인 실명제 유보를 주장했다.

국민신당도 실명제 보완에 상당한 무게를 실었다. 국민신당측은 실명제의 법제화와 함께 벤처기업 투자시 일정액의 자금출처를 면세하고 자금출처를 묻지 않는 무기명 장기채권을 발행해 지하자금을 양성화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오갑수(吳甲洙) 정책팀장은 "실명제의 근간을 바꿀 수 없다는 김대통령의 입장에는 공감하지만그같은 입장이 실명제를 보완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면 반대한다"며 "경제의 동맥인 자금의 흐름에 걸림돌이 된다면 반드시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李相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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