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월배여중.효성여중 교복 대물려입기

언니들이 입던 교복이나 체육복을 대물려 입는 학교가 늘어나고 있다.

월배여중(교장 김정환)은 89년 개교 이래 지금까지 교복과 체육복 물려입기를 지속적으로 펼치고있으며 효성여중(교장 신우철)도 학교 역점사업으로 3년째 교복 대물려입기를 실시하고 있다.월배여중의 경우 올해 교복 동복을 대물림한 재학생은 58명, 하복 75명, 체육복(동복) 25명이었으며, 학기중 전학온 학생 30여명도 상급생들이 입다가 물려준 교복으로 갈아입고 새 학교에 잘 적응하고 있다.

한창 성장기라 몸이 쑥쑥 자라면서 교복이 작아진 학생들이나 고교로 진학하게 돼 더 이상 중학교 교복을 입을 수 없게 된 졸업생들은 입던 교복과 체육복을 깨끗이 손질하여 학교로 되가져온다. 세탁하여 깨끗하게 손질된 교복은 비닐팩에 넣고, 입던 학생들이 키와 허리둘레를 적고 후배에게 주는 한마디까지 곁들여서 서로 알지는 못하지만 한 학교 선후배로서 따뜻한 정을 나누도록하고 있다.

"언니가 너에게 물려주려고 깨끗하게 입었거든. 마음에 들지 모르겠다. 아무튼 예쁘게 입고 열심히 공부해라. 그리고 동복도 필요하다면 언니한테 연락해라. 별로 깨끗하지는 못하지만 네가 원한다면 줄 수 있거든"

3학년 7반 박미희양(진천동 316의8)은 '키 1백58, 허리둘레 26인치'라고 단정하게 쓴 하복을 학교에 제출했다. 이 옷을 입고 열심히 공부할 어떤 후배를 떠올리면 스스로 대견한 일을 했다는 흐뭇한 마음이 된다.

장원옥양(월배여중 3학년9반)은 "입던 옷이지만 요긴하게 잘쓰고, 내년에는 후배들이 이런 행사에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길 바란다"는 권유까지 아끼지 않았다. 원옥양의 어머니 서말숙씨(40.달성군화원읍 천내 36의2)는 "동생도 없어서 개인적으로라도 교복을 누구에게 주기를 바랐는데 학교에서 이 일을 맡아주니 고맙다"면서 교과서나 부교재도 서로 물려쓸 수 있기를 바란다.입던 교복이 작아져서 학교에 비치된 교복 중 몸에 맞는 것을 골라입은 제갈혜진양(월배여중 3학년3반)은 "한해만 있으면 졸업인데 새옷을 또 사기가 아까웠다"며 옷을 깨끗하게 입고 다시 물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 학교 박춘봉교사(학생주임)는 "졸업식을 마치면 입던 교복을 깨끗이 빨아서 2~3일 내로 학교에 들고온다"면서 "교복물려입기란 아름다운 전통을 통해 학생들에게 근검 절약하는 정신을 길러주고, 선후배 간의 정도 다질 수 있다"고 들려준다. 여중생들은 2.3학년쯤 되면 몸이 쑥쑥 자라고,친구끼리 부끄러움도 없어져 선배옷을 스스럼없이 골라입는다.

효성여중도 3년째 교복대물림을 실시하고 있는데 올해 이용학생이 3백34명이나 될 정도로 크게활성화돼 있다. 일주일에 두번씩(매주 화요일, 목요일 점심시간) 정해진 시간에 교복재활용실을찾아오면 자기 체형에 맞는 교복을 입맛대로 고를 수 있다.

효중은 '공짜' '얻어 입는다'는 심리때문에 교복물려입기가 위축되거나 왜곡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교복을 잘 손질한 뒤 옷걸이에 걸어두고 판매한다. 작아진 자기 교복을 내놓고 다른 교복을사갈 경우 5백원, 그냥 사갈 경우 1천원이다. 올해도 연합고사(12월12일)를 마치면 학생들에게 취지를 설명, 교복을 기증받을 예정이다. 효중 환경과 이원영교사는 "중학생들이기 때문에 체형이갑가지 바뀌거나 교복을 잃어버린 학생, 전학생들이 교내에 비치된 교복을 골라 입는다"고 전한다.

"멀쩡한 교복을 버리려니 너무 아까웠는데 학교에서 후배들에게 물려준다니 참 환영할 만한 일"이라는 학부모들은 올해도 종업식과 졸업식이 끝나면 깨끗하게 손질한 교복을 딸들의 손에 들려다시 학교로 보낼 것을 다짐한다.

한편 대구시내 대다수 중등학교들이 효성여중과 월배여중의 성공적인 교복대물림에 관심을 쏟고있어 이 운동은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崔美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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