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98학년도 고려대 모의논술고사 우수답안-자연계

▲우수답안 강평(자연계)

우선 지적할 점은 과학적 지식의 형성 과정에서 경험과 이성의 역할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것인지에 대한 논증 과정이 부족한 경우가 많이 있었다. 오류를 지적하는 것은 비교적 적절하였지만, 이들 오류를 비판하면서 경험과 이성의 역할을 일반화하는 과정이 미흡하였다고 하겠다. 사실 '지식'이란 자연현상의 법칙에 대한 체계적 이해이고, 그것의 중요한 원리는 일반화가 아닌가? 구체적사례를 묻고 주어진 논제에 대해 답하라는 문제 유형에도 이 점은 적용된다고 생각한다.경험이나 이성의 어느 하나에만 의존하는 것은 하나의 극단이라고 할 수 있는데,이들 편향에 대한비판적 지적은 대체로 무난하게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들 편향에 대한 비판에 기초하여 과학적 지식의 형성 과정에서 경험과 이성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적절한 균형과 대비 속에서논증하는 것이다. 많은 경우 그렇게 되지 못한 것은 그 둘의 상호보완적 성격이라는 예상되는 '결론'을 지나치게 의식하여 각각의 역할이 어떠한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충분하고 집중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한채 오류의 지적을 단편적으로 나열하는 데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 문제에 있어 논제의 결론, 방향은 대체로 이 둘의 상호 보완성으로 이어지게 될 터인데, 중요한 것은 이를구체화된 논거를 동원하여 결론을 이끌어내는 '논리적 추론 과정'에 있다.

위에 예시된 답안의 경우 과학적 지식이라는 '보물'과 경험.이성이라는 '연 장'이라는 비유를 글의앞 뒤에 배치하는 등 참신한 표현이 우선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앞서도 지적했듯이 경험과 이성의어느 하나만을 절대화했을 때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데에서 나아가, 각각의 역할이 어떠한가에 대한 명료한 제시가 미흡한 편이다.주어진 논제를 선명하게 부각시키는 방향으로 논의가 집중되지못한 것이 아쉽다고 하겠다.

덧붙여 장님 코끼리 만지기 등의 사례, 경험론과 합리론을 언급한 것이 답안 채점에 많이 눈에 띈것과 관련해, 현재의 여건상 지금 당장은 어렵겠지만, 평소의 독서 체험과 생활 체험에 기초한 다양한 문제의식이 논술답안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겠다.

논술은 다방면의 독서체험과 생활경험을 통해 축적.형성된 논리적.비판적 사고를 체계적으로 표현하는 능력을 평가하는 데 그 목적을 둔다. 그렇기 때문에 상식화된 견해를 되풀이하기 보다 평소의 체험에 바탕하여 창의적이며 비판적인 자기 생각을 설득력있게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유형화된 답안을 옮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풍부한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문제를 찾고 분석해내는 고도의 지적 작용이 요구된다.

끝으로 논술시험에서 자신의 생각과 논리가 무엇보다도 중요하지만, 이를 적절하게 표현할 수 있는 능력 또한 소홀하게 다루어서는 안된다. 이번 모의시험에서도 같은 용어나 개념을 되풀이해서사용하는 경우가 많이 있었다. 띄어쓰기, 맞춤법 등의 기초뿐만 아니라, 자기 생각을 적합하게 표현해내는 데 동원되는 개념, 어휘, 용어 등의 풍부한 구사가 뒷받침될 때 설득력 있는 자기 주장이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우수답안(자연계)

인류 문명이 불리한 신체 조건을 극복하고 만물의 영장이 될 수 있었던 근본적인 이유 중의 하나는 바로 과학적 지식의 소유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서 과학적 지식이라는 '보물'을얻게 되었을까? 바로 인류에게는 경험과 이성이라는 '연장'이 있었기 때문이다.과학적 지식의 형성 과정에서 경험과 이성의 역할은 대단히 중요하다고 할 수있다. 한동안 이들각각을 지나치게 절대시한 나머지 경험론, 합리론이라는 대립적 성격을 띤 학파가 등장하기도 하였으나, 이는 편협한 시각에서 기인한 것이었다. 이들 '연장'의 특성을 알고 그 올바른 사용 방향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먼저 과학적 지식의 형성 과정에서 경험의 역할을 살펴 보자.현재 우리가 소유하고 있는 대부분의 과학적 지식은 경험을 바탕으로 획득한 것이다. 일반적으로과학적 지식은 가설을 설정하고 그에 따른 실험을 통해 획득된다. 이중 실험에 해당하는 것은 경험의 범주에 포함된다. 특히 의학 분야에서는 임상 실험이라는 경험을 반드시 거친다. 그렇다면경험은 절대적인가? 그렇지만은 않다. 그 역시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다.

그 첫째가 경험의 한계이다. 경험 중에는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것도 있지만, 시공을 초월하거나너무 위험한 경우에는 경험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둘째로 제한된 정보와 경험으로써 일반적 특성을 규정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 그 좋은 예로 장님이 코끼리를 만지는 경우를 들 수 있다. 개개의 경험은 다를 수밖에 없는데, 그에 따라 진리를 규정한다면 절대적 진리는 있을 수 없을 것이다.

이번에는 과학적 지식의 형성 과정에서 이성의 역할에 대해서 살펴보자. 이성은 과학적 지식의 형성 과정에서 가설 설정에 해당된다. 또한 이성은 경험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게 해 준다. 우주의탄생이나 블랙홀의 존재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지식들을 이성은 경험을 통하지 않고도알 수 있게 해 준다. 그렇다면 과학적지식의 형성 과정에서 이성의 역할이 절대적이라 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경험을 도외시하고 이성만을 강조하는 경우 탁상공론이라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

과거 우리나라 정책입헌자들이 현실성 없이 이상적이기만 하던 정책을 제시하였던 것을 예로 들수 있다. 또한 이성만을 너무 중요시하다 보면 경험으로서 너무도 쉽게 획득할 수 있는 지식들을얻지 못하고 시간과 노력만을 낭비하는 경우가 생길수도 있다. 그 좋은 예로 콜롬버스와 달걀을들 수 있다. 경험을 바탕으로 한 창조적 이성이 필요한 것이다.

지금까지 과학적 지식의 형성 과정에서 경험과 이성의 역할에 대해 개괄적으로 알아 보았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경험과 이성은 대립적 성격을 띠지 않는다. 오히려 상호보완적이라 할 수 있다.서로가 가지는 장점, 단점이 상충적이지 않은가? 경험과 이성이라는 불완전한 '도구'를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는 상 호보완적 관계로 볼 때, 이는 더욱 완벽한 '도구'가 될 수 있으며, 과학적지식이라는 '보물'을 찾고 있는 인류의 미래는 밝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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