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라그룹 도산 파장-금융계 부도 도미노 공포 확산

재계서열 12위(자산기준)의 한라그룹마저 부도를 내고 쓰러짐에 따라 가뜩이나 위기를 맞고 있는금융계에 부도도미노에 따른 부실 가속화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올들어 한보·삼미·진로·대농·한신공영·기아·쌍방울·태양정밀·해태·뉴코아 등 대기업들의 잇단 부도사태로 부실채권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결국 국제통화기금(IMF)의 경제신탁통치를 받게된 상황이어서 한라그룹의 침몰은 또 한차례의 금융위기에 대한 우려를 가중시키고 있다.더욱이 이번 한라사태는 대기업들의 부도사태가 금융권을 부실화시키고 이에 따른 금융위기가 다시 대기업의 부도사태를 불러오는 악순환이 현실화된 것이어서 우리경제 전체가 공황상태에 빠져들지도 모른다는 공포감마저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라그룹의 총여신규모는 6조4천7백64억원에 달해 올들어 부도를 낸 대기업중에서는 기아의 9조4천7백52억원에 이어 두번째로 큰 규모이며 한보의 5조5천9백61억원에 비해서도 1조원 가량이 많은 규모여서 금융권에 미치는 영향도 그만큼 클 것으로 보인다.

올들어 한라를 포함해 11개 부도 대기업에 대한 금융권의 총여신 규모도 26조3천3백67억원에서32조8천2백11억원으로 불어나 30조원을 넘어섰다.

지난 9월말 현재 한국은행이 발표한 은행권의 부실여신은 28조5천2백90억원에 달했고 재경원이발표한 종금사들의 부실여신은 3조8천9백70억원 등으로 모두 32조원을 넘었다.국제통화기금(IMF)의 긴급자금 지원으로 가속화될 금융산업의 구조조정에 대비해 그동안의 대기업 부도사태로 악화된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정상화에 혈안이 되다시피한 은행들에게는 한라그룹의 부도에 따른 부실여신 증가가 경우에 따라서는 결정타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는 것이다.

은행 뿐만 아니라 종금사들의 위기감도 한층 높아지고 있다. 가뜩이나 은행들의 BIS비율 맞추기를 위한 콜자금 중단 등으로 극도의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는 종금사들의 한라그룹에 대한 여신이3조1천7백4억원으로 은행권 여신 3조3백64억원을 능가하고 있다. 기아그룹의 종금사 여신규모인 3조6천42억원 다음으로 큰 규모다.

이번 금융위기의 진앙지가 종금사임을 감안하면 이번 사태의 여파는 더욱 우려를 가중시키고 있다.

대우경제연구소 정유신(丁有信) 금융팀장은 "종금사가 지급보증한 기업어음을 기업이 부도로 결제하지 못하면 종금사의 지급보증은 법규정에 없는 것으로 배서도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결국 은행이 직접 회수에 나서야 한다"며 여신규모가 70조원에 이르는 종금사들의 위기가 은행으로 확산되면 금융위기는 걷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팀장은 "따라서 최종대출처가 부실기업과 부실종금사의 부실을 모두 떠안게 되면서 금융권 전체의 부실화가 초래되고 금융기관은 자금회수를 더욱 빨리하게 돼 기업들은 자금확보에 전력을기울일 것이며 그에 따라 금리는 폭등하고 건실한 기업이나 금융기관까지도 부도사태에 휘말리게되는 최악의 상황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팀장은 "건실한 기업이나 금융기관까지도 부도가 나는 사태는 지원금을 회수해야 하는 IMF도원치 않는 사태일 것이라고 전제, 정부가 기업들의 자금압박규모를 정확히 파악해 이를 토대로 적절한 목표금리의 범위를 발표해 불필요한 시장불안을 없애야 할 것"이라며 "금융권의 부실이 기업부도사태로 이어지지 않도록 부실금융기관들의 정리를 가능한한 빨리 마무리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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