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불거지는 '남편 재택증후군' 날려야

감원이니 명예퇴직의 칼바람속에 직장인들은 하루하루가 바늘방석에 앉은듯 불안하다. 직장도 흔들리고 마음도 흔들리는 요즘이다.

실직엔 남녀가 따로 없지만 특히 가장의 실직은 가족전체를 불안과 혼란속에 빠뜨린다. '아이들공부는 어떻게 시키나' '집도 절도 없이 거리에 나앉지는 않을까'…. 미래에 대한 절망감으로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서울 '아버지의 전화'(02-208-0660)에는 요즘들어 명예퇴직, 실직으로 인한 불안감, 이로인한 가족갈등을 호소해오는 상담전화가 하루 평균 5~6건씩 걸려온다. 평생 몸담은 직장에서 쫓겨난 어느가장은 홧술을 마시고 가족들에겐 퇴근후 동료들과 마시고 온척 위장한다. 명예퇴직당한뒤 엎친데덮친격으로 사기꾼한테 퇴직금을 몽땅 털려 순식간에 풍비박산이된 가정도 있다. 식구들을 일일이간섭하는 잔소리장이가 되거나 돈벌이에 나선 아내를 괜히 의심하기도 하고 반대로 땅이 꺼져라한숨만 쉬며 방안에서 나올줄 모르는 등 이른바 '남편 재택증후군'이 불거지고 있다. 처음엔 위로해주던 가족들도 어느시기가 되면 귀찮아하게된다. 가장의 실직이 한국가정의 새로운 갈등요인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를 위협하는 실직이라는 괴물, 어떻게 지혜롭게 이겨나가야할 것인가. 일반적으로 갑자기 실직당한 사람들은 심한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안정된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들에 비해 사망률도 높다. 미국의 정신의학자 홈즈 & 레가 1년동안 사람들이 흔히 겪는 30가지의 스트레스를 수치로 등급화한 '사회재적응 등급척도'에 따르면 배우자사망, 이혼, 부부별거, 징역, 가족사망, 병,결혼 등에 이어 해고가 8번째이다.

대구효성가톨릭대 의대 백운수교수(정신과)는 "실직당한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심한 우울감과 불안감 등 정신적 증상과 함께 신체질환이 나타나기도 하며 습관적으로 약물을 복용하게 되는 경우도있다"고 말했다. 백교수는 "증상이 심할땐 전문의를 찾아 치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며, 가장의 실직으로 인한 가족간의 갈등과 실직자에 대한 가족들의 정신적 학대 등을 막기위해 가족이 함께치료받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일터를 잃은 가장에겐 가족들의 따스한 배려, 재기의욕을 잃지 않도록 끊임없이 용기를 북돋워주는 마음씀씀이가 필요하다. 가뜩이나 패배의식에 시달리는 사람에게 '다른 집 남편들은 잘도 직장생활하는데 당신은 왜 바보처럼 잘렸느냐'며 비아냥거리거나 마음의 상처를 콕콕 찌르는 말은 독약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동안 가족부양하느라 어깨가 무거웠는데 잠시 쉬면서 기회를 찾아보자'라거나 '위기야말로 새로운 기회'라는 등의 여유있는 말로 재기의 꿈을 갖게 돕는 것이 필요하다.'아버지의 전화' 정송대표는 "무엇보다 본인 스스로가 마음을 강하게 먹도록 노력하고 가정에 충실해지려고 애써야한다"면서 창업이나 재취업은 반드시 가족들과 충분히 상의해서 결정하고 절대로 가진 돈의 반이상은 투자하지 말것, 고생스럽게 시작하겠다고 마음먹을것, 취미나 경험이 있는분야를 택할 것 등을 조언했다. 〈全敬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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