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IMF태풍 안방까지 강타

팔걷은 주부들

다니던 직장이 하루 아침에 문을 닫고 직위 연령에 관계없이 회사에서 쫓겨나는 사람이 늘어난다. 대낮인데도 공원이나 도서관에는 어깨가 축처진 30~40대 남성들의 모습이 눈에 띄고 인력은행에 출근하는 넥타이부대도 늘어나고 있다. 해고를 면한 사람들도 월급이 동결되면 다행이다. 남편들의 실직에 대비, 일자리를 구하는 아내들의 발걸음이 분주해진다

외환위기와 경기불황으로 일자리를 잃거나 현재의 직장에 위기감을 갖는 직장인이 늘어나면서 퇴근후 아르바이트에 나서거나 가장의 실직에 대비하여 자격증을 따려는 주부들이 도서관으로 몰리고 있다. 또 단기일에 기술교육을 배워 취업전선으로 나가려는 문의전화가 대구여성회관, 대구시종합복지회관, 대구YWCA 일하는 여성의 집에 쇄도하고 있으며, 종전에는 3D업종으로 분류돼 기피해오던 도배교육.파출부에도 여성지원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또 일부 중년 남성들은 일하는 남성의 집은 왜 없느냐는 항의성 전화를 걸기도 해 실직 공포에 시달리는 가장들이 적지않음을 반증하고 있다.

결혼전 기업체 사무원으로 일했던 김수자씨(39.대구시 달서구 월성동)는 남편이 대기발령당할 지경이어서 시어머니와 의논, 취업하기로 결정했다. 어머니가 살림을 맡을테니 돈벌이를 생각해보라고 해서 비교적 취업이 쉬운 보험회사나 파출부 일을 할 생각 이라고 말한다.십수년째 금융계에서 일하고 있는 중견직장인 모씨는 얼마전 후배들과 창업, 퇴근하면 그곳으로달려가 일을 하는 1인 2직종 근무자다. 물론 사내에서는 비밀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처지에 자칫 눈밖에 나, 정말 잘릴까봐 조심해야하는 처지이다. 직접 체인본부를 경영하는 직장인이 있는가하면, 창업까지는 아니더라도 퇴근하면 바로 아내의 사업을 외조하는 남편들도 늘고 있다.대구가톨릭근로자회관 양재기술교육담당 최송자씨는 의류수선을 통해 돈벌이하고 싶다는 문의전화가 배이상 늘어났다 고 들려준다. 그러나 최씨는 막상 수강생이 늘지않는 것은 쉽게 돈을 벌려는 풍조가 만연하고 인내심이 부족해서 네댓달씩 차분히 공부하려는 사람은 적기 때문이라고 밝힌다.

대구시내 시립도서관에도 주부수험생이 많아지고 있다. 취업난과 경제위기 등 불안감 속에서 미리 자격증이라도 따려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대구효목도서관 컴퓨터반의 경우 주부수강생이 절대다수이다. 정인숙씨(31.대구시 남구 대명동)는 아침이면 두돌도 안된 아들을 친정어머니에게 맡기고 남부도서관으로 출근한다. 정씨는 조합활동 경험을 살려 공인노무사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효목도서관에도 같은 처지에 있는 주부들이 눈에 많이 띈다. 회계사 공인중개사 주택관리사 손해사정인 등 시험과목도 다양하다. 효목도서관 열람과 관계자는 시험기간중에는 학생들이 대부분이지만 평상시에는 주부들이 적지않다고 전한다.

대구YWCA일하는 여성의 집 박선간사는 고용불안을 느끼는 여성 직장인과 주부들이 궂은 일도마다하지 않겠다며 기술교육을 원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며, 내년에 세무사사무원, 발건강관리사,독서지도사, 5인이내 놀이방 창업 등 신종 직종을 개발, 창업 욕구에 발맞춰나가겠다고 밝힌다.저축추진대구경북지부 박규진차장은 화이트칼라가 실직 0순위로 떠올랐다 며, 신문배달이나 자동차정비를 배우려는 이들이 늘고 있으나 무엇보다 직장에서 무사안일주의나 복지부동자세에서벗어나 창의적인 발상과 적극적인 근무자세를 가져야 이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崔美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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