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문열 소설 '선택' 여성계 발끈

'문제는 다시 페미니즘이다'. 해묵은 페미니즘 논쟁은 멀티미디어문화의 급속한 파급으로 문학의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에 이어 올해 우리 문단을 뜨겁게 달군 사건이었다.90년대 들면서 부쩍 잦아진 페미니즘 논쟁은 올들어 이문열씨의 소설 '선택'의 파문이 확산되면서지면을 통한 인신공격등 새로운 양상으로 전개됐다. 지난해말 외설시비로 문단을 떠들썩하게한 장정일씨의 소설 '내게 거짓말을 해봐'가 결국 사법처리로 종결된후 이번에는 페미니즘논쟁이 불붙은 것.

'선택'의 파장은 문단과 출판계가 들썩일 정도였다. 4백년전의 실존인물인 한 여성을 화자로 내세운 이 소설은 여성계의 반발과 문단의 비판속에서도 지난 4월 단행본출간이후 2개월만에 15만부를 넘어서는등 만만찮은 기세를 보였다.

하지만 페미니즘문학이 이혼을 '절반의 성공'으로, 간음을 '황홀한 반란'으로 미화시켰다는 작가이씨의 주장에 대한 여성들의 반향은 즉각적이었다. 표적이 된 여성작가 이경자, 공지영씨등은 신작 '사랑과 상처' '착한 여자'를 통해 문학적으로 대응하고 나섰고 방송인 전여옥씨등 여성계의역공은 원색적인 어휘까지 가세, 일간지등 지면을 달구었다.

또 페미니즘을 표방한 문화예술 계간지 '이프(IF)'는 창간과 함께 반페미니즘 이라는 표적에 대해역공의 화살을 퍼부었다. 이 잡지는 김원우, 이문열, 송기원씨등 남성작가들의 작품을 분석, 여성비하의식을 비판하며 가부장적 여성관에 대한 반기를 들고 나섰다. 김원우씨의 소설 '모노가미의새 얼굴'이 '선택'과 마찬가지로 남녀에게 이중적 잣대를 들이댄 반페미니즘적 소설로 규정돼 여성계의 비난의 대상이 됐다.

반면 여성의 시각에서 페미니즘문학을 비평하는 목소리도 가세했다. 문학평론가 고미숙씨가 계간'작가세계' 겨울호에 '순정과 냉소사이에서 표류하는 페미니즘'이라는 글을 실어 '선택'과 같은 소설이 "페미니즘의 입장에서 차라리 고무적"이라고 평가한 것.

공지영씨의 '착한 여자'와 은희경씨의 '타인에게 말걸기'등 여성작가의 작품을 비평대상에 올린이 글은 "여성작가에 의해 쓰여진 페미니즘문학이 여성의 성적 억압 내지 착취의 비밀을 캐는 작업을 하지 않는다면 페미니즘은 그저 흥미롭기만하고 공허한 연애담 수준을 결코 넘지 않는다"며"이제 페미니즘도 감상이나 냉소의 위악을 넘어 더 넓은 영토를 공략해야 할 때가 되었다"고 주장했다. 또 문학평론가 김경수씨는 월간지 '문학사상'을 통해 "젊은 여성작가들의 여성 성장소설이미숙한 현실이해와 도식적 전개등으로 문학적 치열함이 결여됐다"며 "이같은 여성문학이 여성에대한 본질적 탐색을 가로막는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같은 페미니즘 논쟁에 대해 문단내부에서는 "날것 그대로 도입된 외국 페미니즘이론의 적용은작품해석을 오도할 수 있다"며 "보다 성숙한 글쓰기와 비평만이 이를 극복할 수 있다"며 입을 모으고 있다.

〈徐琮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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