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할머니 힘 내세요

지난 12일 낮 이위부할머니(75.대구시 달성군 하빈면 현내리)는 예기치 못한 손님들의 방문을 받고 고마움에 눈물을 글썽였다. 남편.자식도 없이 혼자 살다 살림살이가 몽땅 불타 삶의 의욕마저잃었던 이할머니. 성서소방파출소 소방관들의 훈훈한 손길이 주름진 이할머니의 얼굴에 웃음꽃을피게 했다.

소방관들과 할머니의 인연은 공교롭게도 '화마' 때문. 겨울비가 내리던 지난 7일 오후 성서소방파출소에 주택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소방관들이 급히 출동, 불길을 잡아 기와집이 무너지는 것을 가까스로 막았으나 냉장고 옷장 등 가재도구는 모두 잿더미가 돼버렸다.철수준비를 하던 소방관들의 귀에 주민들의 안타까운 얘기가 들려왔다. 10년전 할아버지와 사별하고 자식도 없이 혼자 살던 할머니가 화재로 바깥에 나앉게 됐다는 것. 파출소에 돌아온 소방관들은 할머니의 넋나간 얼굴을 잊을 수 없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할머니를 돕자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소방관들은 박봉을 쪼개 이불과 주방용품 라면을 마련하고 '봉투'를 만들어 이날 할머니에게 전달했다. 백윤기 성서소방파출소장을 비롯한 소방관들은 "할머니 힘내세요"란 위로의 말도 잊지 않았다.

하빈면사무소 직원들도 불탄 가재도구를 치워주고 할머니에게 쌀과 라면을 전했다. 이웃주민들은집수리가 끝날 때까지 경로당에 할머니를 모시고 돌아가면서 식사를 대접하고 있다. 건축업을 하는 한 주민은 자재비만 받고 집을 수리해 주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소방관들의 손을 꼭잡은채 놓을 줄 모르는 이할머니. "인정이 메마른줄 알았는데…. 여러분들이도와줘 정말 고마워요" 매서운 겨울바람도,IMF 한파와 경제난도 소방관들과 이웃주민들의 온정앞에선 저만치 밀려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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