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개표방송 스케치

MBC투표자 조사 강행 시청률경쟁 선점

○…18일 오후 6시 일제히 시작된 방송3사의 개표방송은 MBC가 방송협회 회장단의 합의를 무시한채 투표자 조사 결과를 발표함으로써 일단 시청률 확보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이에 대해 다른 방송사들은 "합의를 해놓고 어떻게 저럴 수가 있느냐"는 반응을보이면서도 "어쨌거나 시청자들의 관심은 모두 MBC에 쏠리게 됐다"며 몹시 아쉬워하는 눈치.

특히 MBC는 여론조사나 투표자 조사 결과를 발표할 것인지에 대한 출입기자들의 질문에 이득렬사장이 오후 5시30분까지도 "이따가 두고 보면 알겠지만 6시에는 절대 발표 안한다"고 천명하고도6시 정각에 발표를 해 "도대체 누구 말을 믿어야 하느냐"는 원망을 듣기도.

공정성 시비 자초

○…방송3사들이 이날 개표방송을 오후 6시가 아닌 5시에 시작하자 "아직 투표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미리 개표방송을 시작하는 것은 시청자들을 혼란에 빠뜨릴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특히 MBC는 6시 전에 방영한 '대선휴게실'이라는 코너에서 한나라당의 선거운동원을 했던 코미디언 최병서를 출연시켜 '이래도 되는 것이냐'는 지적을 받기도.

최 씨는 이날 각 후보의 얼굴을 본뜬 인형의 움직임에 맞추어 성대묘사를 했는데 시청자들은 무엇 때문에 공정성 시비를 불러올 수도 있는 행동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

MBC는 또 리포터가 각 당의 선거캠프를 취재하면서 국민신당의 이만섭 총재에게 '누구를 찍었느냐' 등을 물어 공공연히 선거법을 위반하기도.

MBC경영진 고심끝 강행

○…MBC가 한국방송협회의 협정을 무시하고 오후 6시1분께 투표자조사 등에 의한 3당 후보의지지율을 발표한데에는 이득렬사장 등 경영진이 고심에 고심을 하던 끝에 강행하게 됐다는 후문.선거를 하루 앞둔 17일 오후까지도 MBC는 정확한 방침을 결정하지 못했으나 연이은 회의끝에그동안 대선방송에 쏟은 노력을 수포로 돌릴 수는 없다고 최종 결정해 여론조사결과를 발표했다는 것.

MBC측이 발표강행의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은 크게 △여론조사결과를 발표하겠다는 시청자들에 대한 약속을 지킨다는 점 △여론조사결과 발표를 기조로 준비한 방송을 포기할 경우 방송내용이 허술해질 수 밖에 없다는 점 △발표가 어느 특정 정당에 이득을 주지 않는다는 점 등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선거기획단 등 내부관계자들은 실질적으로는 조사결과 발표를 기축으로 방송을 준비했기때문에 발표를 하지 않으면 원만한 방송진행이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솔직히 시인했다.

○…개표가 시작되고 이회창, 김대중 후보가 나란히 1, 2위를 달리던 오후 8시20분께 SBS가 순간적으로 전국 개표집계 현황을 뒤집어 보도하는 바람에 시청자들로부터 항의전화를 받는 등 한동안 소동.

이회창 후보가 약 4%%포인트 차로 김대중 후보에 앞서 있다가 갑자기 순위가 뒤집혀 약 1분간김대중 후보가 1위로 나간 것.

이 수치는 이내 바로 잡혔는데 SBS는 전북 완주에 나가있는 SBS의 집계요원이 김대중 후보의표 4천7백77표를 4만7천7백77표로 잘못 입력하는 실수를 범해 순간적으로 4만3천표의 오차가 발생한 것이라고 해명

○…MBC에서 18일 오후 6시 직후 한국 갤럽의 투표자 여론조사 예상치를 선제보도하자 KBS1메인뉴스 '특집 KBS 9시뉴스'가 "갤럽 조사의 설문내용이 선거법상 투표의 비밀 침해죄에 해당한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오후 9시 5분께 류근찬 앵커와 연결한 KBS 취재기자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와 즉석 인터뷰를 통해 "MBC 여론조사가 누구에게 투표를 했느냐고 조사했다는 것은 투표의 비밀 침해에 해당, 오후 8시께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는 내용의 관계자멘트를 내보냈다.

중앙선관위의 이 관계자는 검찰수사 결과에 따라 3년이하의 징역 또는 6백만원의 이하의 벌금 등처벌조항까지 설명했다.

한국 갤럽이 투표자 전화조사에서 '누구에게 투표를 했느냐'고 직접 물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위법성을 둘러싼 두 방송사의 신경전은 일파만파로 번져나갈 조짐.

'특집 KBS 9시 뉴스'는 또 검찰이 MBC 선거예측조사의 위법여부를 내사중이라는 소식을 잇따라보도하는 등 MBC 여론조사의 위법성에 대한 파상공세를 펼쳤다.

'프리즘 잼' 자막 눈길

○…KBS는 MBC의 투표자 조사결과 발표로 시청자의 눈길을 끄는 데 실패했지만 공영방송답게'정도'를 지키는 차분한 보도로 신뢰를 확보했다는 자평.

KBS는 화면 하단에 자막으로 표시된 전국 개표상황을 동적인 화면으로 처리, 시시각각으로 달라지는 1·2위의 득표수와 득표율을 생동감 있게 보여주는 데 성공.

프리즘 잼이라고 불리는 이 자막은 총 득표수를 마치 주유기의 계기판이 돌아가듯이 차례로 숫자가 변하는 동시에 득표율이 달라질 때마다 세로막대의 색깔이 바뀌며 숫자를 표시.특히 18일 오후 8시 30분께와 10시께 1위와 2위가 엎치락뒤치락하며 시소게임을 벌일 때는 시청자들의 시선이 화면 중앙보다 하단에만 쏠리는 현상을 보여주기도.

MBC는 화면 하단에 1·2위의 득표율과 득표수를 보여주는 동시에 몇분 간격으로 양자간의 표차를 표시했고 SBS는 득표율과 득표수만 보여주는 것으로 일관.

○…MBC는 18일 밤 10시 전후부터 국민회의 김대중후보의 득표율이 한나라당 이회창후보를 앞서기 시작하자 밤 10시40분께 자체 판단위원회에서 예측시스템인 윈-윈 시스템을 가동, 여기서 나온 예측득표율과 실제 득표율, 한국갤럽의 예상득표율을 비교한 도표를 방송했다.MBC에 따르면 밤 10시40분 현재 윈-윈시스템에 의한 예측 득표율은 김대중(39.4%%)-이회창(37.7%%)-이인제후보(19·4%%), 실제 득표율은 김대중(39.1%%)-이회창(38.3%%)-이인제후보(19.4%%), 한국갤럽의 예상득표율은 김대중(39.9%%)-이회창(38.9%%)-이인제후보(19.7%%) 순으로 나왔다.

MBC 관계자들은 "실제 득표율이 한국갤럽의 예상득표율과 거의 비슷해진데다 개표율도 30%%에가까워지는 시점이어서 예측시스템의 가동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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