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빙의 선거과정에서 후보자측들 못지않게 유권자가 힘든 선택을 하였다. 서로 걸맞지 않은 듯 여겨지던 정치세력간에 '이상한 동거'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차선의 선택'내지 '차악의 선택'을 할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우리는 투표했다. 이 나라가 중대한 전환기에 처해있음을 인식하고 걱정어린 바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먼저, 당선자는 겸허한 자세로 국정에 임하여야 한다. 박빙의 표차이 때문만이 아니다. 이번에 획득한 표의 전부가 당선자를 직접 지지한 것을 의미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당선자는 이러한 차선의선택을 자신에 대한 전폭적 지지로 바꾸는 제2의 선거운동에 임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박빙의차이로 낙선한 후보측도 마찬가지로 겸허하게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
둘째로, 공직사회의 경직성과 부패구조를 타파하기 위한 실천의지와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필리핀 마르코스 정부하에서 뇌물이 만연되어 직접세 징수비중이 1973년 42%%에서 1975년29%%로 떨어졌을 때 청렴하고 신념에 찬 플라나 법관이 국세청장직을 맡아 일련의 세무부패척결책을 실행한 것은 좋은 예가 될 것이다. 공무원 채용경로를 다양화하고 철저한 성과평가와 유인처벌제도를 도입하였다. 조세행정을 바로세우는 것이 기업회계와 우리 사회의 투명성을 높이는 핵심과제이다. 올바른 조세풍토하에서만이 부(富)의 정통성이 회복되고 천민자본주의가 아닌 진정한자본주의적 경제윤리가 바로서며 가진자도 떳떳해질 수 있다.
셋째로, 금융위기에 대한 '원인진단 이기주의'를 경계해야 한다. 원인진단을 하는데 저마다 자기중심적 이기주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통화량 공급이 부족한 것인가, 있는 자금이 은행-기업간에회전하지 않은 것인가, 금융실명제를 조기 실시한 때문인가, 아니면 제대로 정착시키지 못한 때문인가.
모든 사항들이 금융위기를 촉발하는데 부분적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근원적 원인인지 여부에 대하여 진단이기주의를
떠난 신중한 검토와 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
넷째로 IMF프로그램이 적용되는 기간동안에 정부역할에 대한 명확하고 투명한 입장을 세워야한다. 정부주도하에 고속압축성장의 '자전거 경제'로 운영되는 과정에서 누적된 폐해를 고치는 구조조정의 과도기에 정부가 방임할 것이 아니라 결자해지의 정신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또 연고주의 경제통상외교가 아니라 설득력있는 정확한 정보에 바탕을 둔 준칙주의 외교가 필요한 때임을 직시해야 한다.
끝으로 지난 1971년 7대 대통령 선거때부터 본격화 된 지역갈등 조짐이 구조화되고 있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그저 장관 몇 사람들을 지역안배하는 종래의 방식을 떨치고, 정치.행정.사회.문화의총체적인 갈등해소방안이 전면적으로 시도되어야 한다.
(계명대 국제경제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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