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양심수(良心囚)란 표현은 사실상 문제가 있는 용어다. 본래 '신념을 가진 수인(囚人)'이란 뜻이다. 실정법(實定法)을 어겨 유죄확정판결을 받으면 모두 '죄인'인데,나름대로의 '정신적 가치'를 주장하거나 실행에 옮기다 죄인이 된 경우, '신념을 가진 수인'이 되는 것이다. 당국의 북한접촉허가를 받지 않고 '통일에 기여하겠다'며입·월북(入越北)했다가 돌아올 경우, 당연히 검거·기소되고 법원판결에 의해 유죄가 확정되면 수인이 된다. 반정부투쟁은 자유지만 북한노선을 추종한 증거가 확보되면 역시 유죄판결받고 감옥에 간다. 해외 유학생활중 간첩활동을 하거나 간첩동조를 한 혐의로 유죄판결 받았을 경우도 수인이 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런데 이중 상당수를 '양심수'라고 부르는 것은 옳지 않은 것이다. 많이 양보해도 그들을 통칭 '신념에 의한 수인'정도로 봐야할 것이다. 그런데 어제 풀려난 전·노씨의 출감일성은 아무래도 격에 맞지 않는 느낌이다. 다소곳했던 노씨에 비해 밝은표정의 전씨는 신념에 의한 수인인것처럼 나라 걱정에 국가기여의사까지 비쳐 듣기에 민망했다. 정(情)이 많은 국민이어서 그런지 전·노씨의 자택엔 개선장군을 맞는양 축하화분이 즐비했고 방문자들로 북적댔다고 한다. 인간적인 출감환대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반성과 회한의 진정한 모습을 보이지 않은 것은 유감스럽다. 또 전씨의 경우 분명히 내란수괴죄에다 부정축재자로 확정판결을 받고 복역중이어서 신념에 의한 수인도 아니었는데, 정치재개의 가능성을 비치는듯한 주변의 언동은 더욱 불쾌하다. 공민권제한이 풀렸으니 정치를 하고 안하고는 개인의 자유이겠지만,지금 국난기(國難期)에는 피해야할 말과 행동이 분명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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