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에서 급진적이란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또 보수주의란 무엇을 뜻하며 누가 보수주의자 인가?.
전통주의, 분단, 지역주의 등 여러가지 변수들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우리 사회의 이데올로기 지형도에서 진보와 보수주의를 명확하게 규정짓기는 어렵다.
한때 진보주의자로 여겨졌던 사회주의자들이 사회주의권 붕괴와 함께 보수주의자로 매도되는가하면 생태계파괴를 보고 기술과 과학적 현대성에 실망한 사람들은 정보사회론자들을 보수주의자로규정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는 레드 컴플렉스는 컴플렉스 이상의 것으로 작용하고 보수주의만이 정당화되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 사회에서 보수주의는 정치권력이 존립할 수 있는 이념적 근거가 되고 자신을 보수주의자로치장하지 않으면 정치에 나설 수 없다. 심지어는 극우만이 보수인양 받아들여지기까지 한다.그런데도 일부 보수(?)적 지식인들은 한국보수주의가 위기에 빠졌다고 한탄한다. 한편에서는 보수대연합을 강조하고 또다른 편에서는 진정한 보수주의도 없는데 무슨 위기냐고 반박하는 사람도있다.
우리 사회에서 단한번도 진보세력이 대화와 논쟁의 파트너로서 존립하지 못했는데 이같이 된 데는 분단과 개발독재 등 한국사회의 특수용인들이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 필자들의 주장이다.이 시대 중심인물들의 색깔문제를 다룬 '보수주의자들'(삼인 펴냄)과 '레드컴플렉스'(삼인 펴냄)는우리 사회에 혼재하는 가치를 잘 나타내고 있다.
'보수주의자들'은 학계.언론계 10명이 보수주의자로 자처하거나 평가받는 주요인물 10명의 삶과사상을 살피고 있다.
김종필씨는 단순한 보수주의자가 아닌 '수구반동의 전형'으로 조명됐다. 5.16 군사쿠데타, 10월유신, 90년의 3당합당, DJP 연합 등 네차례의 정치적 사건에서 보듯 '보수주의라는 담론은 하나의처세술에 지나지 않으며 김씨의 정치행태는 반동적 보수주의의 범주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김대중씨는 '자유주의적 성향의 전형적 보수주의자', 이회창씨는 '엘리트주의와 귀족정치학의 신보수주의자'로 평가받았고 6공화국의 학자출신 국무총리였던 노재봉씨는 '마키아벨리스트'로 지칭됐다.
언론인 조갑제씨는 '일본의 개혁적 무사정신을 동경하는 복고주의자'로 분석 됐고 이건희 삼성그룹회장의 신경영에 대해서는 '보수적 사고를 뛰어 넘을 수 없는 보수적경영'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또 시장경제론자 공병호박사는 '신자유주의자보다 더한 보수주의 찬미론자', 박정희 모델의 소설을 출간한 이인화씨는 '정조와 박정희를 그리워한 복고주의자이자 파시즘의 옹호자'라는 비판을받았다.
문학평론가 복거일씨는 '자유주의자를 자처하는 보수주의 논객', 노동운동가출신의 정치인 김문수씨는 '보수주의로 간 진보주의자'로 다뤄졌다.
'레드 콤플렉스'역시 학계.언론계 인사들이 우리 사회의 특수성이 빚어낸 광기로 다른 평가를 받는 9명의 초상을 담았다.
서강대 박홍 전총장은 '역사를 상대로 도박을 한 사제이자 빨갱이 사냥에 나선 화려한 변신자'로평가했다. 작가 이문열씨에 대해서는 '역사에 개인적 보복을 가한 레드 컴플렉스 소유자'로, 환완상 전 통일부총리는 '냉전의 덫에 걸린 자유주의자'로 규정됐다. 작가 조정래씨는 '태백산맥으로분단의 벽을 뛰어 넘은 작가정신'으로 평가받았고 인권전도사 서준식은 '능동적 공세적 진보적 인권운동으로 레드컴플렉스의 희생양'이 됐다는 것.
이들에 대한 분석으로 한국의 보수주의와 진보주의의 실체를 온전하게 규명하기는 어렵지만 입장과 노선에 따라 다양성과 차이가 존재하는 진보.보수주의자들의 복잡한 스펙트럼을 통해 우리 사회가 유지하고 보전해야 할 안정적 가치는 무엇인가를 유추해 볼 수 있다.
〈李春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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