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적 경제위기 속에서도 공직사회는 여전히 무풍지대다. 월급쟁이들이 감원이다, 감봉이다 밤잠을 못이뤄도 공무원들은 그저 강건너 불구경이다. 새 대통령 당선자가'작은 정부'를 외치고 나섰지만 늘상 그랬듯이 '일시적인 성형수술'의 철칙이 바뀌리라고 말하는 공무원은 없다.국가경쟁력 면에서 따진다면 우리 사회에서 가장 낙후된 조직이 바로 공직사회다. 쉴새없는 몸집늘리기와 넘쳐나는 과잉인력, 이에 따른 고비용 저효율의 업무구조는 단연 으뜸이다.대구의 구청공무원만 놓고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지난 87년 3천7백74명이던 것이 불과 10년새 두배 가까운 6천5백16명으로 급증했다. 20만이던 인구가 10만명으로 줄어든 중구 공무원 수가 5백5명에서 7백8명으로 늘었고, 인구가 17만명이나 준 남구도 공무원 수가 4백98명에서 7백14명으로증가했다.
조직구조도 더 복잡해졌다. 지난88년 느닷없이 구청에 국장제도가 생겼다. 기획감사실, 재무과, 문화공보실, 민방위재난관리과가 잇따라 신설됐다. 중앙과 시·도에 있는 기구를 꼭같이 갖췄다. 이에 따라 국장, 과장, 계장이 1백자리 이상 새로 생겼다. 그야말로 '위인설관(爲人設官)'의 극치.행정전문가들은 새 정부야말로 반드시'작은 정부'를 이뤄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중앙정부의 조직개편과 효율화는 이미 검토단계에 있다. 지방정부는 시·도-구·군-읍·면·동 3단계로이뤄진 조직을 2단계로 축소하는 등 과감한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문제는 공무원의 절대수(數)를 줄이지 않고는 경쟁력 강화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22일 마감한 대입 특차모집에서 공직진출이 용이한 학과의 경쟁률이 엄청나게 높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 이유가 국민을 위한 공복(公僕)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잘리지 않기 때문'이라는데서 서글픔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국가의 내일을 짊어져야할 대입 수험생들이'장래희망'보다'안정성'을찾는 현실, 월급쟁이는 잘려도 그 세금으로 살아가는 공무원은 건재한 이 현실은 국가위기의 원인과 해법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李宰協기자〉
댓글 많은 뉴스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