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서운 IMF한파-굶어죽는 돼지들

아기예수의 탄생을 축복하며 기뻐해야 할 크리스마스 이브. 이날 기자의 마음은 납덩이처럼 무겁고 침울하기만 했다. 군위군의흥면수서리 산간 막다른 양돈농장에서 IMF한파로 20여마리의 돼지가 떼죽음 당한 현장을 목격했기 때문이었다.

이곳 4개동의 양돈장중 첫번째 돼지우리에 1백60kg쯤 돼보이는 어미 돼지가 19일부터 6일동안을굶은 탓인지 일어서지도 못하고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서 신음 소리만 내며 누워 있었다.그 옆에는 생후 20여일쯤되는 새끼돼지 10여마리가 말라버린 어미 젖을 빨다 죽어 있었고 생후 1개월쯤되는 또다른 새끼돼지 5마리는 먹을 것 하나없는 어두운 우리속을 이리저리 뒤지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농장주 권모씨(37)는 95년초 산간 으슥한곳에 비어있던 양돈장을 임대해 이곳에 가건물을 짓고 부인및 자녀들과 한번 잘살아 보겠다는 의지 하나로 돼지와 밤낮 씨름을 해왔다. 그러나 올겨울IMF 한파후 폭등한 사료값과 외상값 독촉을 견디지 못한 권씨는 19일 돈이되는 4백여마리의 돼지만을 헐값에 처분하고 어디론가 훌쩍 떠났다.

양돈장 가건물 내부 열린 장농속에는 이불들이 가지런히 쌓여있고 옷가지와 꼬마들의 장난감등이어지러이 흩어져 있어 산산이 깨어진 권씨 부부의 꿈이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했다.당국은 요즘 뒤늦게 양축농가들을 위한 애로지원센터등을 운영하고 있지만 군위군내 1백여 양돈농가들중 절반은 현재 1~2일분의 사료밖에 없어 상당수 농장들은 사료를 절반으로 줄여 돼지를키우고있는 실정. 이같은 안타까운 현상이 속출할 것이우려된다.

〈군위·張永華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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