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상류에는 어름치라고 하는 물고기가 산다. 현재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민물고기로는 비교적 커 몸길이가 20cm를 넘는다. 검은 줄무늬가 매우 아름다운 이 물고기는 산란기때 흥미로운 습성을 나타낸다.
어름치의 산란시기는 4~5월경으로 수온이 17도이상 올라갔을때 알을 낳는다. 물이 맑고 바닥에 자갈이 깔려있으며 물 흐름이 느린 곳을 택하는데 깊이가 70cm를 넘지 않는 곳이어야 한다.산란할 장소가 정해지면 길이와 폭이 약 15cm, 깊이 5~8cm 정도 되는 웅덩이를 파고 알을 낳는다. 알을 낳은 후에는 이를 보호하기 위해 잔 자갈을 물어 주변에 길이 40~60cm, 폭 22~35cm, 높이 5~18cm 정도되는 타원뿔 모양의 탑을 쌓는다. 이 탑을 산란탑이라고 하는데 어름치에게서만볼 수 있는 독특한 행동이다.
더욱 재미있는 일은 어름치가 쌓는 탑의 높이가 물흐름의 빠르기에 따라서 달라진다는 것이다. 즉물의 흐름이 느린 곳에서는 높게, 물의 흐름이 빠른 곳에서는 다소 낮게 쌓는다. 왜 그럴까? 마구잡이로 돌을 쌓아놓으면 밑에 있는 알은 산소를 충분히 공급받지 못해 호흡에 지장을 받게되고곰팡이가 슬어 죽게 된다.
그러나 원뿔 모양으로 쌓으면 물이 탑 윗면을 스치고 지나갈 때 압력이 낮아지므로 탑 속에 들어있던 물이 빨려나가게 돼 알이 산소를 공급받을수 있게 된다. 이때 탑의 높이가 높을수록 압력의차이가 커지므로 물을 더 효율적으로 빨아낼 수 있다. 따라서 물의 흐름이 느린 곳에서는 빠른 곳보다 탑을 높이 쌓음으로써 같은 크기의 압력 차이와 물의 순환속도를 유지하는 것이다.이와 같은 현상은 유체역학이라고 하는 물리학의 법칙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인간은 비행기를 띄우는등 비교적 최근에야 이 법칙을 알아내어 응용하고 있다. 어름치는 아주 오랜 옛날부터 이 법칙을 알고 실생활에 응용해왔으니 경이롭지 않을수 없다.
어름치는 과거 금강에서 발견되기도 했으나 요즈음에는 한강과 임진강에서 주로 살고 있다. 그러나 큰 댐이 잇따라 건설되면서 수심이 깊은 곳에서 알을 낳지 못하는 어름치의 서식지가 급격히줄어들어 안타깝기만 할 뿐이다.
채 병 수(영남자연생태보존회.어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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