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어떤 영화가 있었다. 제작비 25억원에 올로케 고감도액션영화를 표방했다.그러나 동원한 관객은 1만여명. 흥행수입이라야 '푼돈'에 불과했고 비디오판권으로몇억 건졌을뿐 20억원 이상을 손해봤다.
흥청망청하던 '돈장난'의 한 기획이었다.
올해 나올 우리영화들은 어느때보다 기획력이나 완성도에서 탄탄할 것으로 기대된다. 돈가뭄으로 이런 거품들이 빠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우선 98년을 여는 영화중에 가장 기대를 모으고 있는 것이 이광모감독의 '아름다운시절'(제작 백두대간). 1952년 한국전쟁중의 한 시골마을을 배경으로 어린 소년들의눈에 비친 전쟁의 상흔을 담고 있다. 미군 부대에 취직해 포주가 된 아버지, 미군들에게 몸을 파는 어머니, 미군의 아이를 임신한 누이, 공산당에 부모를 잃은 국민학교 여선생님, 세상은 험한 굴곡속에 상처나고 있었다. 그러나 해맑은 우정을 쌓아가는 성민과 창희의 동심으로 본 세상은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무엇보다 시나리오의 질적 완성도가 돋보이는 영화. 지난 95년 하틀리-메릴 시나리오콘테스트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철저한 시대고증과 사실감 넘치는 세트, 자연스런동심의 얘기들이 영화의 완성도를 예고하고 있다. 특히 전쟁통의 어려운 사람살이가 요즘 우리네를 연상시켜 향수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또 한 편은 신예 이서군감독(23)의 '러브 러브(Rub Love)'(제작 박철수필름). 이감독이 직접 시나리오를 쓴 '러브 러브'의 무대는 서기 2028년 서울. 살인청부업자 니나(이지은)는 자신을 죽여달라는 의뢰인의 임무를 완성하고 그의 기억캡슐을 빼내중국으로 도망치지만 그녀에게 반한 한 남자가 그녀의 기억을 지워 사랑스런 여인으로 만든다는 줄거리. 미래가 배경이지만 SF영화가 아닌 과거와 현재, 동서양의구분이 없는 독특한 배경의 영화다.
이서군은 뉴욕대 영화과 3학년에 재학중인 인재. '301 302' 시나리오집필, 단편영화'자살파티'로 금관단편영화제 대상 수상등에서 보듯 '뭔가 엄청난 것이 나올 것'이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난해 '접속'과 '편지'에 이어 멜로물열풍을 이어갈 작품 '8월의 크리스마스'(제작우노필름)도 관객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8월 한여름에 지내야 할 크리스마스. 죽음을 앞두고 찾아온 마지막 사랑을 크리스마스 카드처럼 고이 접는 30대 젊은이의 짧지만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나는… 긴 시간이 필요한 사랑을 시작하고 있다". 한석규가 죽음을 앞둔 청년 정원으로, 심은하가 그의 마지막 사랑에 폴폴 불을 지피는 주차단속원 다림으로 출연한다.
〈金重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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