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호녀순애보 전설깃든 호원사 있었다는데…

경주지방에는 무인(戊寅)년 범띠해를 맞아 효자를 대신해 목숨을 끊은 호녀(虎女)의넋을 기려 세웠다는 호원사(虎願寺)이야기가 주민들 사이에 다시 화제거리다.

경주시 황성동 독산 기슭 동남쪽에 자리잡고 있었다는 호원사의 사연은 신라 제38대 원성왕때 효성이 지극한 김현이라는 청년이 밤늦게까지 어머니의 쾌유를 빌며탑을 돌다가 한 처녀를 만나 사랑을 맺는 사건으로 시작한다.

김현이 선도산 숲속으로 돌아가는 처녀의 뒤를 밟아보니 그녀는 사람이 아니라 호녀(虎女)였다. 호녀는 김현에게 "내가 내일 시내에 나타나 많은 사람을 해칠 것이니낭군은 나를 잡아 그 공으로 상금을 받아 어머님 병환도 고치고 높은 벼슬도 하라"고 하였다. 김현이 사랑하는 이를 죽일 수 없다고 거절하였으나 호녀는 "하늘의 명이니 어쩔수 없다"고 낭군손에 죽기를 애원하였다.

과연 이튿날 범이 나타나 많은 사람을 해치고 나라에서는 큰 상을 걸고 범을 잡도록 곳곳에 방을 붙였다.

김현이 허리에 칼을 차고 활통을 둘러메고 문밖으로 나가자 호랑이가 담을 뛰어넘어 독산 기슭 숲속으로 사라졌다. 김현이 숲속으로 뛰어가자 다시 처녀로 변신한호녀는 스스로 목숨을 끊고 죽으니 곧 범의 시체로 변하였다.

나라에서 큰 상을 받은 김현은 좋은 약을 구해 어머님병을 고치고 높은 벼슬에 오른뒤 독산 숲속에 호원사라는 절을 세워 호녀의 명복을 빌었다는 얘기이다.

그러나 호원사는 삼국유사와 고려초 박인량이 엮은 수이전(殊異傳)에 실려 있을뿐그 터는 일부 탑재만 딩굴고 있는 폐사지로 변해있다.

홍성빈 경주문화재연구소장은 "호랑이는 용(龍)처럼 상징적인 동물이 아닌 인간과관계가 많은 실존동물로 전설을 뒷받침하기 위한 유적지 발굴조사가 필요하다"고주장했다.

〈경주·朴埈賢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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