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포철신화 30년(하)

2만여 직원 경제난 극복 선도 기염

20세기 마지막 제철소. 세계 철강업계는 포철 광양제철소를 이렇게 부른다. 영일만갯벌 2백70만평에 세운 포항제철소가 조국근대화에 시간쫓겨 '우선 쇳물을 만들고보자'는데 초점을 맞춘 공장이라면 전남 광양시 금호동 7백번지에 4백50만평을 간척해 만든 광양제철소는 '최고,최대'에 중점을 둔 곳이다.

특히 광양제철소는 쇠공장이라기 보다는 공원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래서 홍보첫마디에 붙는 말이 '공원속의 제철소'다. 광양제철소에는 공장부지안에 5천3백세대의 직원주택단지가 함께 조성돼 있다. 얼마전 광양제철소를 방문한 모스크바대사도브니치총장은 "마르크스·레닌이 꿈꾼 이상향이 바로 이런 것이었다"며 탄성을내질렀을 정도다.

포철은 지난 92년을 중심으로 내외의 많은 변화과정을 거쳤다. 박태준 전회장이 우향우 정신으로 불도저식으로 밀어붙여 발전의 기틀을 마련했다면 지금의 김만제회장은 합리적 스타일로 달리는 말에 채찍을 가하는 주마가편(走馬加鞭)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포철을 세계 제일의 철강사 반열에 올려놓은 포항과 광양 양대제철소의 총규모는포항 2백70만평, 광양 4백50만평등 모두 6백20만평이다. 또 두곳의 98년 조강생산계획은 포항과 광양이 각각 1천1백50만t과 1천6백50만t으로 합계 2천8백만t, 매출목표는 지난해보다 1조2천억원이 늘어난 10조7천억원. 직원수는 포항본사(서울사무소및 해외주재원 포함) 1만2천명과 광양제철소 7천6백명등 모두 1만9천6백명의 식구를 거느리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직원수는 지난 95년 대폭 감축한 결과다. 김만제회장은 취임 1주년을 맞은 95년 3월 '호황기에 군살을 뺀다'는 경영방침으로 대대적인 명예퇴직을 단행했다. 2만2천 근로자중 1천4백12명을 내보냈다. 또 93년 46개이던 계열사를 현재 15개로 줄이는 한편 계열사 명예퇴직도 실시했다. IMF한파에직면한 민간기업들이 이제와서 구조조정에 애를 먹고 있는 점과는 대조적이다.포철이 창립되던 지난 68년 포항시의 인구는 8만명 정도였다. 30년이 지난 올해 포항시 인구는 52만명으로 6.5배가 늘었다. 이중 공단근로자는 모두 4만명. 부양가족까지 합치면 7만명 가량의 포항시민이 '쇠밥'을 먹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서비스업까지 고려하면 포항경제의 절반은 포철영향권이라는 분석도 있다.

광양시의 경우 포철의존도는 더욱 높다. 광양제철소 직원들이 지역에서 쓰는 돈은월평균 1백억원. 또 협력업체분까지 더하면 연간(97년치) 6천억원이 광주·전남지역에 풀려 포철이 지역경제를 떠받치는 최대 자금원이라는게 호남지역 금융권의 평가다.

철강산업은 국가기간산업이라는 점에서 전후방 연관효과가 매우 크다. 따라서 포철없는 한국의 세계 경제규모 11위는(IMF구제금융으로 의미는 상당히 희석됐지만)상상조차 힘들다. 세계적 철강전문가인 미국 포담대학의 호간박사는 "포철이 없었다면 한국은 여전히 미개발 후진국으로 남아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포철에서 시작한 한국의 철강산업은 올해로 30년의 역사를 맞았다. 73년 포항1기준공을 시발로 계속된 설비확장은 지난86년 포항4기 종합준공으로 기본틀을 갖춘데이어 95년 연산 60만t의 코렉스공장, 96년 스테인리스2기 준공으로 연산 1천2백만t생산설비를 완비함으로써 설비확장을 모두 끝냈다.

또 지난 81년부터 시작한 광양제철소 건설은 내년 3월 완공예정으로 한창 공사가진행중인 5고로 건설 및 제2미니밀공장이 완공되면 현재 계획된 설비건설은 마무리되는 셈이다.

이제 포철의 남은 과제는 기술개발과 고부가가치의 고급강 생산량 증대를 통한 철강업계 선두자리를 굳건히 하는 것과 철강업 세계재패에서 다진 힘을 바탕으로 미래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는 정보통신·건설·엔지니어링 시장의 석권이다.

창립 30주년을 맞는 포철용광로 위에 1998년의 새해가 밝았다. 철강업계 세계 최고.그러나 IMF의 위압에 눌린 국민과 국가경제는 위기에 직면했다. 이 위기극복을 선도할 기업은 역시 포철이 돼야 한다는 2만명 포철 임직원들에게 '새해는 더욱 열심히 일하는 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포항·朴靖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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