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활동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하고 나섰다. 이는 인수위 활동이 정부 인사 및 기구에 관한 사항과 국정운영 등 행정사항들을 챙기는데 중점을 둬야 하는데도현 정부의 실정과 비리의혹을 캐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시각에서 비롯되고 있다.청와대 민정비서실의 한 관계자는 5일"현재 인수위측의 활동을 보면 도대체 관련 법률을 제대로숙지하고 있는지, 자신들의 역할과 기능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마치 국정감사라도 하는 듯 온갖 자료를 요구하고 있다"고 볼멘 소리를 털어놓았다.
이 관계자는 최근 인수위 경제분과에서 김영섭(金永燮)청와대경제수석으로부터 업무브리핑을 받는자리에서'기아사태 때 김영삼(金泳三)대통령에게 뭐라고 보고했느냐'고 따졌다는 것과 현재의 국제통화기금(IMF)사태를 초래한 경위를 넘어 과거 한보 및 기아사태, 삼성자동차 허가과정, 지역민방 및 CATV 인·허가 과정 등 각종 의혹을 조사하겠다고 나선 점 등을 사례로 들었다.또 5일 인수위 정무분과위에서 청와대정무수석실로부터 보고를 받는 과정에서 조홍래(趙洪來)정무수석에게 이원종(李源宗)전수석의 직무수행 관련자료 제출을 요구해 한동안 신경전을 벌였던 점을적시했다.이날 조수석이"정무업무의 특성상 대통령이 직접 수석에게 전화나 구두로 지시를 하고보고도 구두로 해왔기 때문에 문서가 따로 없다"고 답변하자 인수위 위원들은 "대통령에게 결재를받은 문서가 아니면 메모 형태로라도 남은 것이 있으면 제출하라"고 닥달했다는 것이다.정무수석실 관계자는"취임이후 필요할 경우에 경제청문회를 할 때 하더라도 이처럼 벌써부터 권한을 넘어서는 행태를 보이는 것이 옳으냐"고 반문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또 '80년초 국보위를연상케 한다'는 요지의 홍사덕(洪思德)정무장관의 발언에 대해 "속시원하게 말 한번 잘했다"는 반응마저 보였다.
○…정부 내부에서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점령군'으로 불린다. 최근 인수위의 활동은 정권 인수인계가 아니라 '정권 접수'에 가깝다는 것이다. 때문에 피점령자의 위치로 전락한 공무원 사이에서는 인수위를 겨냥한 불만이 분출하고 있다.지금의 경제위기는 현정부에 1차적 책임이 있기는하지만 문민정부 5년동안 이루어진 모든 국정을 사시적인 시각으로 예단하고 청산 대상으로 삼는것은 90만 공무원 전체를 불신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지난 5일 홍사덕(洪思德)정무1장관의 인수위에 대한 비난도 이런 정부측 기류를 반영한 것이다.홍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자청, 인수위를 80년대초 국보위에 비유하며 월권적 행위를 중단할것을 촉구한 바 있다. 그러나 홍장관의 이같은 발언도 공무원들의 불만 토로에 비하면 상당히 점잖은 표현에 속한다.
일부 고위 공무원들은 '점령군, 정권접수' 등의 용어를 공공연히 써가며 인수위의 월권적 행위에불쾌감을 표시하고 나섰다. 총무처의 한 관계자는"인수위가 문책설로 공무원을 위협하고 시중에떠도는 근거없는 소문으로 정부를 비난하는 것을 보면 마치 점령군같다. 차기정부도 결국 공무원과 손잡고 모든 정책을 추진해나가야 하는데 공무원의 지지없이 무슨 일을 해낼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특히 일부 인수위원들이 아이디어성 정책 시안을 마치 확정된 정책방향인양 발표해 혼선을 빚은것에 대해서는 우려의 수준을 넘어 비난을 퍼붓기도 했다.
총무처의 또 다른 관계자는 "공무원들은 새로운 정책을 시행하기 전에 부작용을 먼저 걱정한다.그러나 인수위가 야당 국회의원이 국정감사나 국회 대정부질의에서 즉흥적으로 대안을 내놓듯이가볍게 국정을 추진한다면 그 피해자는 인수위가 아니라 국민"이라고 경고했다.인수위에 대한 공식 업무보고에 들어간 각 부처에서도 걱정이 이어졌다. 6일 인수위 업무보고를앞둔 총리실의 한 관계자도 "사실 업무보고는 뒷전이다. 대통령비서실 보고에서도 상식을 뛰어 넘는 주문을 했다는데 우리에겐 어떤 날벼락이 떨어질지 걱정"이라고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吳起煥·金美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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