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장애극복 취업 택시기사 권오장씨

신한교통 햇병아리 택시기사 권오장씨(36.대구시 북구 구암동)는 왼손 하나로 IMF 한파를 극복하고 있다.

권씨의 본래 직업은 비닐포장지 제조공장 직공. 그러나 지난해 1월 작업 도중 오른손을 잃었다.지난 14년간 성형 롤러를 돌리며 살아온 그에게 오른손 절단은 사형선고나 다름 없었다. 그 이후감내하기 어려운 고통의 일년.

마취도 없이 썩어드는 살점을 도려내는 수술을 수십차례. 고통에 못이겨 까무러친 적도 많았다.삶을 포기하고픈 유혹이 권씨를 괴롭혔다. 장애인이란 멍에보다 실직자란 암담함이 못견디게 고통스러웠다. 자신 하나 믿고 광주에서 시집 온 아내(34)와 두 아들의 얼굴이 눈에 박혔다.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나.

그러나 4개월간 입원 치료를 마친 권씨 옆엔 변함없이 아내가 지켜주고 있었다. 함께 병실에서 숙식을 하며 새우잠을 자던 아내는 어느새 짐이 아닌 든든한 보호자로 바뀌었다. 힘이 솟았다. 막막하지만 무엇이라도 할 수 있으리란 희망이 싹텄다.

그해 5월 병원문을 나선 권씨는 곧바로 대구 인력은행을 찾았다. 지난 1월 산재로 오른손을 잃었다는 설명을 들은 상담자는 오히려 "괜찮겠느냐"며 눈이 휘둥그래졌다. 의욕에 차 직장 구하기에나섰다. 하지만 권씨를 대하는 사회는 냉담했다. 막상 소개받고 찾아가도 자신이 장애인이란 사실만 절감한 채 발길을 돌려야 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IMF 한파까지 몰아쳤다. "성한 사람도 직장 구하기 힘든 판국에 무슨...". 그러나 포기하긴 일렀다. 퇴원한 지 두달만에 왼손 하나로 1종 운전면허를 따낸 권씨는 내친 김에택시기사 자격증도 거머쥐었다. 왼손으로 차를 몰며 거동 불편 장애인 돕기에 나섰던 것이 큰 도움이 됐다.

그리고 지난달 26일 마침내 신한교통에 채용됐다. 권씨의 성실성을 본 회사는 이달 중에 장애인10여명을 더 채용할 계획이다. 뜨내기 기사보다 더 책임감이 높다는 것.

"오른손 절단이 저에게 큰 시련이었듯이 IMF 역시 우리 국민들에게 견디기 힘든 고비일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오른손을 잃고 난 뒤에야 비로소 세상을 다시 보게 됐습니다. 어찌보면 IMF도우리가 거듭날 기회일지 모릅니다. '실직자 1백만명'은 곧 '직장을 구할 수 있는 사람이 1백만명'이란 뜻이기도 합니다"

권씨는 이제 소박한 꿈을 키우고 있다. 개인택시 면허. IMF 한파가 끝나면, 아니 끝나지 않더라도희망만 있다면 더 이상 권씨의 겨울은 춥지않다. 〈金秀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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