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범띠여자, 팔자 드세다고?

98년은 무인년(戊寅年) 범띠해. 통계학적으로 범띠.말띠.용띠해가 돌아오면 여아낙태가 심해진다.소위 범띠 여자는 팔자가 드세다는 허무맹랑한 이유 때문이다.

원인도 모르고 뱃속에서 죽어가는 범띠 여아들이 많지만 막상 성공한 여성중에 범띠 여성이 많고,21세기는 범처럼 씩씩하고 진취적인 기상을 지닌 여성의 성공가능성이 높다는 분석까지 나오고있다.

전국적으로는 작가 박경리씨, 한국가정법률상담소를 설립하고 가족법 개정에 일생을 바친 이태영변호사, 영화배우 최은희씨, 경기민요 기능보유자 안비취씨, 가수 패티김씨가 범띠다.대구에서는 신천초등학교 문신자교장(60), 국민회의 대구수성갑지구당 위원장 박남희교수(48.경북대 예술대), 법무사 손경순씨(36) 등 범띠 여성이 맹약하고 있다.

페미니스트 저널 '이프'와 여성문화예술기획이 구랍에 '여자가 여자를 살리자'는 테마로 연 범띠여성모임에 참석한 10대에서 40대까지의 범띠 여성들은 "여자가 범띠면 팔자가 드세다는 헛된 속설때문에 뱃속의 여아들을 죽이는 일이 재연되지 않도록 하자"고 의견을 모았다.이날 참석한 박남희교수는 "팔자가 센 범띠 여자라는 터무니없는 속설에 구애되지 않는다. 범띠여자는 오히려 21세기에 걸맞은 활동가가 될 수있다"고 역설했다. 범띠 어머니 밑에서 자신의 역할을 분명히 하지 못하면 사회활동을 하기 어렵다는 교육을 받고 자랐다는 박교수는 현대 사회에걸맞은 성품을 지닌 범띠 여아를 낙태하지 않는 의식을 확산시키는데 주력할 예정이다.효가대 법대를 졸업하고 결혼과 동시에 전업주부로 머물다가 96년에 법무사자격증을 딴 범띠 여성 손경순씨는 "띠에 대해서 한번도 구애받아본 적이 없다"고 잘라 말한다. "오히려 시시한 띠보다 멋있게 생각하고, 씩씩하게 생활한다"면서 띠에 대한 고정관념을 탈피하고, 띠때문에 행동에제약을 받거나 태아 생명을 살상하는 행위를 중단해야한다고 덧붙인다.

신천초등학교 문신자교장(전문직여성대구클럽회장)은 "범띠 여성이 띠에 걸맞은 적극성과 진취성을 지닌다면 현대 사회생활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한편 범띠해만 되면 여아 낙태가 심해지는 세태와 관련, 천주교대구대교구 가정.환경.생명 담당은지난 1일 대구대교구 신년교례회가 열리는 가톨릭교육원 대강당 앞에서 범띠 여아 낙태를 예방하기 위해 10주된 태아의 손가락 뱃지, 발가락뱃지를 배포하며 낙태 반대에 동참하는 서명작업을 펼쳤다.

'범띠 여자는 팔자가 드세다고?'라는 주제로 펼쳐진 이 캠페인을 연 정홍규신부(대구대교구 가정.환경.생명 담당)는 "극심한 남녀 성비 불균형을 초래하는 낙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생명운동을범띠해에 더 활발하게 펼칠 계획"이라면서 올 봄에 어머니와 딸을 위한 모녀 성교육 프로그램, 가을에 아버지와 아들을 위한 부자 성교육 프로그램을 열고 '띠' 때문에 여아를 낙태시키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밝힌다.

〈崔美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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