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위기와 연대의식

지금 우리는 전국가적으로 신용공황에 빠져있다. 신용을 생명으로 하는 금융기관들도 서로 불신하고 심지어 일부 종금사들은 타금융기관에 기업어음을 불법변조해 판매까지 했다고 한다. 그러니흑자도산하는 기업이 줄을 잇는 것은 당연하다.

나라 전체가 신용공황에 빠져 환투기다, 사재기다 하면서 오로지 저하나만 살겠다고 발버둥이다.이런 우리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여태껏 버텨온 것이 참으로 용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우리는 과연 서로에 대해 같이 산다는 연대의식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 것일까?. 부끄럽게도 혈연적 유대감 내지 끼리끼리 패거리짓는 지역감정따위의 저급한 무리의식을 못 벗어나는 수준이 아닐까. '우리가 남이가' 하지만 그속에서도 다시 자기중심의 타산놓기에 급급하다. 우리 인식에 과연 이웃이 존재하는가?. 나는 얼마만큼 남에게 믿을 만한 이웃이 되고 있는가?. 현재의 국가적 위기는 직접적으로는 현정부의 무능과 부패한 재벌경영에서 기인한다 하겠지만 보다 근원적으로는우리 사회에 만연한 이기적 반사회성에 뿌리를 두고 있다 하겠다.

정치권은 새 정부 출범준비로 분주하다. 정권인수 준비과정의 큰 과제는 IMF가 요구하는 개혁을완수하는 것이다. 그 개혁의 성공을 위해서는 우선 법과 제도를 고쳐야 하겠지만 보다 더 근원적으로는 우리 국민들의 의식과 행동양식을 바로잡아야 한다.

IMF 개혁프로그램으로 정리해고제가 도입되면 많은 실업자가 발생될 것이다. 정부가 실업수당과고용보험을 얼마간 확충한다하지만 실업자들이 겪게 될 물질적.정신적 고통은 실로 엄청날 것이다. 우리는 진실로 이 고난을 우리 모두의 잘못에서 비롯된 사회적 재난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면안된다.

따라서 이 시점에서 우리에게 절실히 요구되는 개혁과제는 고통을 나누어 지는 연대의식을 배우고 익히는 것이 아닐까.

〈계명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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