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가능하면 주체적으로 즐겁게 살아가려 애쓰는 나는 많은 것들과 싸워야 한다. 그 대적자에두 종류가 있으니 하나는 숱한 관습, 전통, 고정관념, 편견등 역사적이고 추상적인 것들이며 다른하나는 기계, 제도, 기관, 체제등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것들이다. 어느 쪽도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그래서 더러 승산없는 싸움일지 모른다는 절망감에 사로잡힐 때가 있다.
그럴때마다 '내 싸움은 승리를 위한 것이 아니라 존재를 위한 것'이라며 자신을 달랜다. 정말 나는 싸우는 동안만 진정 살아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나는 곧잘 데카르트의 명제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를 이렇게 바꾸어 말한다. '나는 반항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일상과의 싸움
이렇게 싸움의 이념은 거창해도 내가 구사하는 전략은 소박한 것이다. 그것은 기껏 공자의 충고에따라 '뭇대중이 바라는 것이라도 의심의 눈으로 살피는 것'(衆好之, 必察焉)이고, 일상의 작은 불편들을 감수하는 것이고, 일과를 단순하게 가져가는 것이며, 조금씩 모험하는 것, 주술과 마법, 환상과 신화의 세계를 인정하는 것 등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 치루는 나의 싸움은 몹시 치열하다. 특히 시대문명의 총아인 자동기계나 용역업소와 싸울 때 그렇다. 리모콘이나 오토매틱을 나는 독약처럼 싫어한다. 심부름센터는 더 끔찍하다.그것의 손길은 요즈음 청소나 음식만들기, 간병 등에서 여행에 동반해주는 비서대행까지 우리 삶의 영역에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이런 추세라면 언젠가 아내와의 성생활에 부담느끼는 남편들을위한 성생활 대행업소마저 생겨날 게 틀림없다.
어떤 경우라도 내 일은 내 손과 발로 하고싶고 내 아내는 내몸으로 사랑해주고 싶다. 화급한 경우가 아니라면 작은 심부름조차 손아래 사람에게 시키지 않는다. 직장에는 그런 일을 도와주는 사람이 있지만 나는 한번도 내 손발로 할 수 있는 일을 시켜본 적이 없다.
물론 내가 쓰는 도구나 기계들도 낡은 구식들이다. 모두 손을 많이 쓰고 몸을 많이 움직이게 되어있는 것들이다. 내 몸을 움직이기 힘든 날이 올때까지 나는 이런 스타일을 고집할 참이다. 그날이언제일지는 모르지만 지시하고 명령하기에 바빴던 사람들, 자동기계에 몸이 익어버린 사람들보다내게 그날이 훨씬 더디게 올 것이라는 확신만은 갖고 있다.
무엇때문에 그렇게 별나게 유난떠느냐고 묻고 싶을 것이다. 나는 그저 평온과 안일에 속수무책으로 길들여지는 나를 흔들어 깨우기 위해서 그러는 것뿐이다.
안일한 삶 거부
이천 수백년전에 총명한 맹자는 벌써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었다는 것이그 증거다. '하늘이 장차 큰 직책을 누구에겐가 맡기려 할 때에는 반드시 먼저 그들의 심지를 괴롭히고, 근육과 골격을 수고롭게 하고, 육체를 굶주리게 하고, 그들 자신에게 아무것도 없게 하여서 그들의 하는 일이 어긋나게 만든다. 그것은 마음을 쓰고 성질을 참게 해 일찌기 해낼 수 없었던 일을 능히 해낼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사람은 언제나 과오를 저지른 뒤에야 고칠 수 있고,마음에 곤란을 당하고, 생각대로 잘 안된 뒤에야 분발하고, 얼굴빛에 떠오르고 음성에 나타난 뒤에야 깨닫게 된다. 안으로 법도 있는 세가와 보필하는 선비가 없고, 밖으로 적국과 외환이 없다면그런 나라는 언제나 망한다. 그런 뒤에야 근심속에서 오히려 우리가 살아나고 안락가운데 오히려죽어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게될 것이다'(맹자, 고자 장구 하편)
죽은 다음에야 별수 없겠지만 살아있는 동안은 정말 그렇게 해서라도 '삶의 즐거움'안에 흔쾌히깨어있고 싶다. 내가 별나게 설치고 부지런 떨고 꼬시고 유혹하고 판 깨고 반항하는 것은 모두 이때문이다.
〈부산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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