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목요칼럼 세풍-우리 모두의 잘못인가

IMF 한파가 드세다.

TV든 신문이든 비명이요 거리마다 한숨이니 우리가 어쩌다 이꼴이 되어서 벼랑끝에 놓인 신세가됐단 말인가. 혹자는 무능한 정부 탓이라 하고 어떤이는 재벌들 탓이란 의견인가 하면 한편에선지난 10년간 우리 모두가 너무 흥청댔다는 자성의 소리도 높다. 모두가 일리가 없지 않다는 생각이요 너 나 할것 없이 고통을 분담해서라도 빨리 IMF시대를 벗어나야 한다는데도 또한 이견이있을수 없다.

그러나 한번 곰곰이 생각해 보자. 이번 같은 파국이 어째서 "네탓도 내탓도 아닌 우리 모두의 탓"이란 말인가. 그래서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는 수많은 백성들이 왜 일자리를 잃고 거리로 내쫓겨야 한단 말인가. 딱 부러지게 말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경제 몰락의 원인은 권력자와 재력가들이 무책임하게 정치놀음과 돈놀음을 벌인 끝에 빚어진 파국이다. 때문에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는 시각에서 비롯된 고통분담의 논리는 솔직히 말해 가슴에 와 닿지 않는다.그 흔한 동남아 관광 한번 못간채 박봉을 쪼개 적금 부어 넣고 벅차게 아이들 교육시키며 그래도자신은 중산층이라고 믿고 살아온 성실한 민초들이 이땅에 더욱 많았기에 이 나라는 그나마 명맥이 유지되어 왔었다.

그런데 어느날 하루 아침에 이나라 근대화의 주역들인 이들 무고한 근로계층들을 포상하기는 커녕 정리해고 아니면 감봉 대상으로 내몰고 있으니 해도 너무 한다는 배신감과 분노의 느낌마저든다.

물론 근로계층도 나라가 어려우면 고통을 분담해서라도 구국(救國)을 해야겠지만 그러기에 앞서오늘의 이 재난을 초래한 이나라 지도계층의 인사들이 먼저 국민 앞에 뼈 아프게 사죄하고 없는자의 견디기 어려운 이 아픔을 나누는 국민화합부터 전제되어야 난국이 극복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지금처럼 '무기명장기채'와 '외평채'등을 발행, 아무런 부담도 안기지 않고 부도덕한 자금에까지모두 면죄부를 주는 이런식의 행태로는 난관이 극복될 수 없다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지금 예상되듯이 1백만 이상의 최정예 근로자들이 실직된 마당에 "땀 흘리지 않는 부유층들은 여전히 흥청거리는데 우리는 왜 굶주려야 하는가"라고 이유있는 항변을 하며 이 사회를 외면할때우리의 IMF극복 의지가 순식간에 물거품이 될까 두렵다.

임진왜란 당시 우리의 지도계층은 왜적을 대적조차 않은채 도망치기에 급급했다. 그리고 그들이비워둔 자리에서 그동안 핍박받던 백성들이 의병(義兵)이 되어 맨손으로 나라를 지켰었다. 그러나전후(戰後) 제자리에 복귀한 우리의 지배계층은 그 당시로서는 유일한 산업역군(産業役軍)이자 나라를 지킨 일등공신격인 이 백성들을 예우하기는 커녕 백골징포(白骨徵布)란 말이 나올만큼 가렴주구를 일삼았던 것. 국가적 위기속에서 지배계층이 자기성찰을 못한결과 결국 일본에 병탄됐던역사적 사실은 오늘에도 되새겨볼 필요가 있는 교훈아닐까 싶다.

지금 우리상황은 어찌보면 지배계층이 과감한 자기개혁을 통한 국민대화합에 앞장서지 못한다는측면에서 그 당시 상황과 비슷하다는 생각도 든다. 지난 30년간 우리가 피땀흘려 쌓아올린 이 업적들을 근시안적인 정치인들과 경제인들이 허망하게 탕진했고 그 결과 중산층이란 이름의 성실세력이 몰락될 초미의 위기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이제 졸라맬 허리조차 없는 이들에게 허리띠 졸라매자고 호소해서 될일만은 아닌 것이다.

그보다는 먼저 힘있는자, 가진자들이 그동안의 과오를 속죄하는 한편 무너져내린 민심을 어루만지고 정리해고와 감봉의 후유증이 최소화되게끔 발벗고 나서야 될 일이다. 그렇게해서 이땅의 중산층이 포기하지 않고 국가와 사회에 대한 애정을 갖게끔 사기를 돋우어야 그나마 나라가 지탱된다고 믿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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