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1C 새지평 (4)중소기업 시대

'작고 강한'기업이 세계시장 주도

세계 굴지의 대기업을 놀라게한 대만의 중소기업 뉴소닉사.

아파트형공장 한모퉁이에서 초라하게 출발한 이 업체는 창업 5년만인 지난 95년 스피커내장형 컴퓨터모니터를 세계시장에 내놓았다.

이 제품은 세계 최고의 컴퓨터 관련 기술을 자랑하던 어느 기업도 개발할 엄두를 내지 못냈던것.

이스라엘의 이스카사. 이 조그만 중소기업이 스웨덴의 샌드빅, 미국의 케나메틸에 이어 세계 3위의 공구류제조업체로서 세계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대기업 위주의 대량생산 체제는 이제 한계에 왔다. 개방시장이라는 시장환경에 탄력적인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가 온것이다. 그변화는 이미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80년대부터 중소기업(종업원 19인 이하)이 총 수출의 50%%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반면 5백대기업의 수출액은 10%% 수준.

독일의 중소기업도 국내생산액의 70%%를 담당하고 있다. 선진국중 대기업 지배체제가 강한 일본이 총 생산액의 50%%를 점하고 있으나 이 역시 감소세다.

반면 국내 30대 대기업집단 매출액은 전체 경제규모의 46%%에 이른다. 대기업중심의 산업구조는과거 고속성장 시대에는 효율성을 발휘했다. 그러나 무한경쟁시대, 정보통신기술 발달 등에 따른수요의 다양화, 세분화 추세에 대기업은 더이상 대응을 못하고 있다.

그 결과 세계 11위의 한국경제를 'IMF관리대상'으로 만들어 놓았다. 대기업의 방만한 사업확장과과다한 차입경영이 국가경제를 위기상황으로 몰고온 것이다.

산학경영기술연구원 최용호 원장은 "과거에는 경제효율이 경제단위의 대규모화에서 실현됐지만지금은 경제단위의 소규모화를 통해 달성되는 시대"라고 진단한다.

그렇다면 98%%가 중소기업으로 짜여진 지역산업의 미래는 밝다는 말인가. 안타깝게도 현재의 경쟁력으론 아무런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세계시장에 내놓을 만한 브랜드나 제품, 세계일류의 기술력을 갖춘 업체를 손꼽기도 힘들다는 말이다.

중소기업중앙회 대구경북지회 최창득 지회장은 "중소기업 숫자는 많지만 '작고 강한'기업은 찾아보기 어려운 현실"이라며 "이는 세계시장의 흐름에 발맞추지 못하고 저부가가치 제품의 양산에만치중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작년 섬유축제때 열린 섬유제품전시회는 지역기업들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 지역에서내로라하는 40여개의 업체들이 내놓은 상품들이 모두 '판박이'였다. 제원화섬 정우영 사장은 "대구·경북이 규모면에서 세계적인 합섬직물 산지이지만 업체마다 같은 제품을 대량생산 하는데 몰두, 세계시장을 주도하기는 커녕 바이어들의 계산놀음에 끌려가고 있다"며 "기술개발 없이는 미래가 없다"고 강조한다.

섬유와 함께 지역산업의 새로운 축을 형성해 가고 있는 자동차부품 등 기계금속업체들도 임하청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해 생사존망을 대기업에 걸고 있다.

국내 완성차 메이커들이 조업을 단축하면 근무시간을 줄이고 납품단가를 낮추면 허리띠를 졸라맬수 밖에 없는 처지다. "세계시장에 눈을 돌려, 벤츠, 닛산, 포드, GM 등 세계 굴지의 업체에도 부품을 팔아야 한다"는 것이 당연한 결론이다.

연구개발의 중요성도 다시 되새겨야 한다.

세계 일류 중소기업들은 매출액의 8~20%%를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반면 지역기업들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는 평균 1%%.

소비자가 필요로하는 기술과 상품 개발에 온힘을 쏟고 이를 세계시장에 알리고 수출길을 터야한다는 지적이다.

기업주의 경영의식도 문제다. 방위산업용 소재를 만들어 경북도의 세계일류기업에 선정된 옥방화섬은 가장 모범적인 중소기업의 하나였었다. 그러나 레저산업 등 다른 분야에 무리하게 뛰어들었다가 부도를 자초, 하루아침에 명성을 허물고 말았다. IMF시대의 어려운 여건만 탓할 때가 아니다. '작고 강한 기업'만이 살아남는 현실인식을 실천에 옮겨야할 때다.

〈金敎榮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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