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1C 새지평 정보통신 혁신-전라인 표준화

미국 미시간주에 있는 포드자동차. 한 차체 디자이너가 컴퓨터 모니터에 신형차를 그리고 있다.그가 작업 중인 신형차 디자인은 독일 쾰른 포드사 유럽본부에 있는 동료 디자이너의 컴퓨터 모니터에 동시에 비쳐진다. 그들은 전자통신망으로 연결된 멀티미디어 시스템을 통해 대화하고 수정하며 포드 신형차의 차체 디자인을 완성해 나간다.

현대의 정보통신기술이 열어젖힌 생산방식 변화의 한 모습이다. 지난 95년 포드사는 세계 각 지역에서 고유모델을 생산하던 지역본부들을 '유럽-미국'과 '아시아-남미'로 통합, 신차개발에서 판매까지 전 라인을 표준화하고 중복작업을 제거했다. 이에따라 두달 동안 20여차례의 국제회의를 거듭해야 마칠 수 있었던 신차개발을 15일과 3차례의 점검모임으로 단축했다. 또 수백만 달러 규모의 개발비용과 수천명의 인력을 절감할 수 있었다.

정보통신기술이 21세기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는 거의 모든 산업이 고도로 복잡한 다층구조를 이루고 있기 때문. 국내 완성차업체의 경우 생산계획에서 출하까지 3만여종의 자동차부품과 수십만에 이르는 인력을 조직해야 한다. 정보통신기술은 이 과정에서 대량으로 낭비되는 인력.자재.시간 등의 자원을 효율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하게 된다.이와관련, 최근 국내외에서 각광받고 있는 기업운영시스템이 ERPS(전사적자원관리체제)다. 이 분야의 선두주자인 삼성전관은 수주에서 출하에 이르는 기간을 60일에서 9일로, 고객응답시간을 30일에서 7일로, 신제품개발기간을 22개월에서 18개월로 단축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 회사는 ERPS로 사내의 자원 흐름을 철저히 파악, 수작업 경영에서 발생하던 낭비 요인을 말끔히 제거할 수 있었다.

지역에도 이런 정보화 모델을 채용한 기업이 없지 않다. 자동차부품업체인 삼협산업. 이 회사는근로자들이 작업장에 설치된 미니컴퓨터에 단위공정을 마칠 때 마다 생산실적을 직접 입력, 사무실로 전송케 하고있다. 또 각 부서의 업무 실적을 중앙컴퓨터로 모아 경영에 활용하는 통합관리를지향하고 있다. 이밖에 몇몇 대형 부품업체들이 삼협과 비슷한 수준의 정보화를 달성하고 있으나아직 높은 평가를 받고 있지는 못하다. 업무 분야별 전산화에는 성공하고 있지만 상호간 유기적인연결이 미흡, ERPS 단계엔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이나마도 초기투자비가 많이 들고 기술력부족으로 시스템 버그가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일부 업체는 더이상의 전산화를 포기하는 경우도나타나고 있다.

지역의 정보통신산업 전문가들은 개별 중소기업이 독자적인 정보화를 추진하는 것은 자본과 기술력에서 한계가 있음을 지적한다. 지방정부와 학계가 지역 산업의 정보화에 주도적으로 참여해야한다는 주문이다. 삼협산업의 한 관계자는 "지방정부와 학계가 기업의 전산 실무진을 대상으로 컨설팅 및 교육을 전담하는 기구를 설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도권에서만 집중적으로 열리고 있는정보통신 프로그램 및 기기 전시회를 지역에 유치하거나 동종업체들이 전산관리 시스템을 공동개발하는 방식도 기업 정보화에 일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IMF 시대의 개막에 따라 지역 기업들의 경영방식 혁신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경제에도 국제적 기준이 적용돼 외국 기업들과의 경쟁이 일상화되면 수작업과 어림짐작 위주의 경영을 고집하는 기업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불황기는 비효율적인 경영방식을 폭로하는시금석이므로 이 시기에 기업체질을 강화하며 호황기를 준비해야 한다는 것. 지역 정보통신업계의한 관계자는 "경제전반의 재조직화가 불가피한 IMF 시대야말로 기업 정보화를 강화해야할 적기"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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