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일본진출 한국기업들의 성공전략

최근 도쿄에 있는 일본 굴지의 한 종합상사 사무실에 '한국을 상대로 수출할 경우 대금 결제 조건을 강화할 것'이라는 사내 회람이 돌았다고 주일 한국상사의 한 무역관계자가 밝혔다.구체적으로는 한국에서 안정돼 있다고 판단되는 은행이 발행한 신용장만 받도록 하고 있으며 이경우도 되도록이면 일본은행이나 구미은행의 보증을 받도록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일본은 오는 4월부터 외환규제가 완화된다. 최근 일본의 업체들은 이에 편승, 국내거래시에도 엔화 대신 달러화를 결제통화로 이용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전자업체인 마츠시타(松下)가 지난 12월부터 달러 결제제도를 도입했고 NEC, 후지츠, 도시바등도 올해중 국내거래시에도 달러화를 사용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수출에 의존하는 기업들로 결제통화를 달러로 사용함에 따라 환율변동 위험을 줄이고 환전 수수료를 삭감하고자 하는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일본기업들의 달러결제확산은 가뜩이나 어려운 주일 한국상사들에게는 악조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본 금융기관들은 주일 한국기업이 정상적인 L/C베이스로 수출한 수출대금에 대해서도 수입상으로 부터의 입금이 도착할 때까지 네고를 기피하고 있어 정상적인 무역거래에 상당한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고 한국무역협회 도쿄지부 관계자는 밝혔다.

이러한 애로사항을 해소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주일 한국상사들은 지난 93년부터 주일한국기업연합회를 결성, 한.일간 무역의 확대.균형 및 상호 협력을 목표로 일본 정부에 대한 각종 건의와 교섭활동에 공동으로 대처하고 있다.

현재 주일 한국기업연합회에는 현지법인에서부터 지점형태까지 포함해 4백55개사가 회원사로 가입하고 있다. 한국기업연합회는 일본경제단체연합회와 합동으로 각종행사를 갖는 등 대일본 수출확대를 위한 조치를 강구하고있다.

그러나 이처럼 어려운 조건속에서도 주일 한국상사들 가운데는 지난해 대일수출이 크게 신장된업체와 품목들도 많이 있다.

진로소주의 경우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으면서도 판매에 호조를 보여 일본 수출시장에서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다.

진로는 지난 1년동안 2백40만상자를 일본시장에 수출, 전년대비 51%%나 증가한 판매량을 기록했으며 수출금액은 3천1백81만2천달러로 주류수출로는 처음으로 3천만달러를 돌파했다.이처럼 진로의 수출이 호조를 보이는 것은 합리적인 가격과 높은 품질, 공격적인 영업 등으로 일본시장에서 브랜드 이미지가 완전히 뿌리를 내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경월소주와 경주법주도일본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경주법주의 경우 이미 16년전 일본시장에 진출, 한국의 국주(國酒)라는 명성속에 연간 약 50달러 이상을 꾸준히 수출하고 있다. 회사관계자는 한국을 방문했던 일본 관광객들이 경주법주를 다시 찾고있으며 일본 정종과의 차이점에서 선호도가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중공업의 경우 현지법인 설립 20주년을 맞은 쌍용재팬은 시멘트, 철강을 주력 제품으로 쌍용그룹의 일본 수출입 창구 역할을 하고있다.

회사 관계자들은 94년의 경우 수출 6억6천만달러, 수입 8천5백만달러로 수출이 수입을 초과한후95년에는 수출 11억3천만달러, 수입7천만달러, 96년 수출 14억6천만달러, 수입 7천7백만달러로 수출이 늘어나 대일무역역조 개선에 기여하고 있다.

일본 시장에서 한국제품중 최근 판매에 성공하고 있는 신라면은 96년 1백80만달러의 수출액이 97년 2백55만달러로 전년대비 약 42%의 신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같은 대일수출 신장에 대해 농심 도쿄사무소 박덕진차장은 "라면 종주국인 일본에 라면 수출이신장되는 것은 농심뿐이며 현재 일본 국내 라면시장이 정체된 상태하에서의 신장세이므로 더욱의의가 있다"고 자평했다.

신라면의 마케팅 활동은 지속적인 대인관계와 함께 도매기능을 가진 대형 거래선을 파고들어 납품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유통이 복잡하고 폐쇄적인 것이 특징이다.이러한 벽을 넘어 신라면은 일본 최대의 유통조직인 다이에, 쟈스코 등을 뚫었고 편의점 계열의최대 업체인 세븐일레븐도 1년에 걸친 접촉과 시험 판매를 거쳐 진출에 성공했다.신라면은 일본에서 큰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컵라면 시장을 겨냥, 신컵라면을 개발해 오사카를 중심으로한 관서지방에서 호평을 받았다. 97년4월부터는 도쿄지역으로 진출, 일본시장진출 지역을넓혀가고 있다.

신라면이 도쿄의 시중 슈퍼에 대량으로 진열되고 팔려나가자 다른 유통조직에서도 경쟁적으로 취급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이처럼 일본라면시장을 뚫고 수출신장세를 올릴수 있게된 이유를 먼저 라면의 맛에 있어서 일본에 없는 전통적인 한국의 매운맛을 내세워 승부를 건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철저하고 까다롭기로 유명한 일본의 품질검사를 극복할수 있도록 노력해온 결과라고 분석했다.한편 삼성재팬의 경우 98년 일본 시장공략을 위한 기본방침으로 중저가 상품에서 고가 상품으로판매전략을 전환하고 생산제품도 가전 중심에서 정보통신제품으로 고부가가치화할 계획을 수립하고있다.

삼성재팬의 한광섭 홍보담당자는 "지난해에는 일본 전자산업의 자존심이랄수 있는 아카사카 전자상가에 삼성노트북이 뚫고 들어가 판매되고 있다"며 "새해에도 기술로 승부하는 고부가가치 제품의 이미지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일 한국상사들은 IMF지원으로 인해 한국시장 개방이 예정보다 빨라짐에 따라 일본시장에서 정면승부 할 수밖에 없다며 지금까지 구축한 기반을 토대로 새해에는 보다 적극적으로 수출시장을확대한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도쿄.朴淳國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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