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청구 화의만이 파국 모면

대구경북지역 건설관련 협력업체들이 빈사상태에 허덕이고 있다. 청구의 화의신청이후 받을 돈은못받고 줘야 할 돈은 많으니 부도가 속출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여기다 일감이 줄어들어 앞으로희망이 없는 것도 큰 문제다. 협력업체 대표들은 자금 마련이 불가능하자 도피생활을 하고 있다.▨부도속출

중앙건업,세일건설등 대구에서 비교적 큰 전문건설업체들이 부도를 냈다. 대구경북 최대 레미콘생산업체이자 국내 생산량 2위인 경북콘크리트,경북레미콘,경북실업등 3개업체가 10일 화의를 신청하고 부도를 냈다. 청구를 비롯한 건설업체들의 어음할인이 안된데다 금융권 대출 불가능으로인한 심각한 자금압박때문.

대한전문건설협회 대구시회 허만수회장은 "이 상태가 계속된다면 설대목을 넘기는 업체가 과연얼마나 될까 걱정스럽다"고 한탄했다.

▨협력업체 실상

청구 협력업체들은 현재 모든 금융거래가 중단돼 있는 실정이다. 운영자금을 빌릴 수 없는 것은물론이고 회사 명의의 재산과 기업주들의 개인통장까지 모두 압류당했다.

특히 다른 회사에서 받은 어음도 찾지 못하고 있다. 은행에서 모든 계좌에 대한 지불정지를 해놨기 때문이다.

대덕건설 성창환사장은 "대부분의 협력업체들은 원청업체에서 5~6개월짜리 어음을 받으면 제대로할인이 안돼 일부는 할인하고 나머지는 보관을 하고 있다. 대신 자체 어음을 끊어주는데 이제 이것을 막아야 할 위기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킹건설 김모사장은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선산도 처분한지 오래다. 동원할 수 있는 친인척은 모두 찾아가 돈을 빌리고 보증을 세운 탓에 이들은 나를 원수처럼 생각하고 있다. 자식들 학비는 커녕 기본생활비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실제 이들 협력업체 대표들은 청구가 부도를 내고 현상태로는 돈 받을 길이 막막해도 제대로 항의 한번 못하고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지만 자신들의 채권자들로부터는 멱살잡이는 보통이고심할 경우 구타까지 당하고 있다.

▨협력업체들의 자구노력

협력업체들의 살아남기 위한 노력들은 차라리 눈물겨울 정도다. 어떻게 해서든지 부도를 내지 않게 하기 위해 채권자들을 찾아가 손이 발이 되도록 빌고 어음을 회수하고 있다.규모가 어느 정도 되는 대기업군에 속하는 업체들이야 화의신청이다 법정관리다 해서 희망이라도걸어보지만 이들 중소 협력업체들은 누구 하나 도움을 주려는 곳이 없다. 스스로 살길을 마련하지않으면 곧바로 도산이다.

(주)삼명토건 송도호사장은 "동업자들간에 어음 몇장 회수했느냐가 인사말처럼 돼 있다"고 말했다.

어음을 회수하는 방법도 여간 힘들지 않다. 처음 받은 사람이 갖고 있으면 그래도 낫지만 그렇지않을 경우 한장을 찾기 위해 며칠씩 추적을 벌인다. 한장이라도 회수하지 못하면 당장 부도가 나기 때문이다.

대창건설 박성동사장은 "갖고 있는 청구어음만 처분할 수 있어도 아무 어려움 없이 일을 처리해나갈 수 있는데 이것은 썩혀 놓고 내가 발행한 어음은 회수하거나 막아야 하니 어떻게 이런 일이있을 수 있느냐"고 한탄했다.

▨직원들 피해

통상 기본 급여에 3백%%의 상여금(설,추석,여름휴가)을 받아왔으나 올해 설대목에 청구 협력업체들 가운데 상여금이 나가는 곳은 거의 없다.

거의 대부분의 업체들이 직원들을 20~40%% 줄이고 있으며 그나마 급여는 당분간이라는 전제가붙긴 했지만 제대로 못주고 있다.

▨협력업체들의 희망

협력업체 최대 희망은 청구의 화의가 받아들여지는 것. 채권 채무가 동결되지만 2년내 해결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그렇다. 어음을 갖고 있어도 부도가 나버리면 휴지조각이지만 화의가 받아들여지면 받아낼 수 있다.

삼명토건 송사장은 "앞으로 현금을 받고 공사를 계속할 수 있어 자금운용측면에서는 이전보다 더상태가 좋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희망을 걸었다.

무엇보다 청구가 도산해버릴 경우 일감을 찾을 수가 없는데 화의가 받아들여지면 계속공사가 가능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건설업계는 오래전부터 부도난 업체의 협력업체로 참여했던 전문건설업체는 자기들의 협력업체로잘 쓰지 않는다. 부득이 같이 공사를 하고 있어도 그 공사가 마무리되면 절대 다시 협력업체로 안받아준다.

전문건설협회 대구시회관계자는 "아무래도 그런 업체는 자금사정이 안좋기 때문에 원청업체들이혹시 일이 잘못될까봐 꺼려한다"고 말했다.

건축분야 협력업체 채권단모임 간사로 선출된 명신건설 박정식사장은 "청구가 밉지만 지금 협력업체들이 사는 길은 청구가 회생하는 것외에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지 청구의 화의가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崔正岩기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