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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매일신문 첫점화-제2국채보상운동

금만 달러를 갖고 오는 게 아니다. 이제는 구식 냄비, 스테인리스 밥그릇등 쇠붙이까지 모아야 한다. 산업화의 기초가 되는 원자재 수입에만 해마다 수십억달러의 외화를 지출한다. 지난해 철광석을 제외하고 재활용 가능한 비철금속 수입에만 쓴 돈이 1조8천억원.

일제 식민지 시절 대구에서 시작한 국채보상운동은 20세기 말 또다시 대구에서 신국채보상운동으로 불붙고 있다. 쇳덩이 하나를 '금'으로 생각하는 국민의 지혜가 곳곳에서 들려온다.

환경단체, 택시기사, 자원봉사자, 이발사 등이 발벗고 나섰다. 16일부터 대구시 남구대명동 대구대 정문 입구에서 황소농장가꾸기 운동본부(본부장 임소남) 제안으로대규모 재활용품 모으기 운동이 시작된다. 여기에 대구시민환경센터, 대구개인택시조합, 모범운전자회, 개나리봉사단, 남구이용사회 등 20여개 시민단체가 힘을 모으기로 했다. 남구의회도 한 몫하기로 했다. 재활용할 수 있는 것이면 무엇이든 좋다.필요한 사람에게 옷, 장난감, 책, 옷장, 책꽂이 등을 나눠준다. 이때는 자기가 남을위해 내놓을 수 있는 물건이 필요하다. 물건을 그냥 건네기 아까운 사람에겐 우리농산물과 휴지 등을 나눠준다.

이 행사에 비중을 두는 것은 쇳덩이다. 옛날 것이라 한두개쯤 집에 내버려둔 냄비라도 좋다. 알루미늄도 고철 못지 않다. 예전에 쓰던 밥 그릇용 스테인리스도 모은다. 지금까지 어디서 모으는지 몰라 그냥 뒀던 비철금속이 하나라도 있으면 이곳에서 달러 역할을 할 수 있다. 비철금속 재활용이 35%% 안팎이라는 사실을 볼 때10%%만 높이면 1억달러(1천8백억원)의 외화 대체효과를 거둘 수 있다. 철 캔, 다리미, 난로, 식기, 철근, 폐농기구, 철조망 등이 달러로 바뀌는 것이다.

대구시와 각 구군청도 비철금속 모으기 범시민운동을 벌인다. 이달 안으로 동사무소, 아파트 등지에 집합장을 만들어 가정에 있는 쇳덩이를 집중적으로 수집한다. 동단위 고철모으기 대회도 열어 'IMF를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을 계획이다. 새마을운동, 바르게 살기, 자연보호단체 등은 한달에 한번씩 강, 공한지, 농경지등을 돌며 그냥 버려져 있는 고철을 모으기로 했다. 학교에도 학생 한 사람이 캔 1백개 모으기를 비롯한 자원재활용 운동을 벌여나간다. 이렇게 모인 재활용품은 한국자원재생공사가 나서 처리업체를 연결한 뒤 국내 산업을 일으키는 '씨앗'으로 쓰인다.

남은 것은 찬장 속이나 방구석에 버린 녹 슨 '달러'를 갖고 나오는 일.

대구환경운동연합 문창식사무국장(37)은 "하찮은 물건이 도움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보다 티끌모아 태산이라는 마음으로 고철, 알루미늄 등을 모아야 한다"며 "시민 한사람 한사람의 실천이 우리나라를 살리는 뿌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全桂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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