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어느 TV에서 재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모래시계'에는 깡패인 태수가 검사가 되려는 친구에게 이런대사를 내뱉는 장면이 나온다 "법이란 그런 거 잖아, 거물은 안잡히고 피라미만 잡히지 안그래? 그러니까 넌 날 못잡아. 나 는 거물이 될테니까" 지난주 한보사건의 '깃털'이라던 YS의 측근가신 홍인길 씨가 풀려나더니 빠르면 이번 주쯤 DJ의 측근가신격인 권노갑씨도 곧 풀려날 거라고 한다. 전직 은행장 3명만 남겨 놓은채 또한번 피라미는 남고 거물은 풀려나오는 법의 마술을 보면서 깡패의 비아냥이 새삼 따갑게 들린다. 감옥생활을 유지할수 없을 정도로 건강이 악화될때 형집행정지로 풀어주는 것은 물론 합법이다. 그러나 이번 깃털의 석방은 율법가적인 시각으로 합법 성만을 따져서는 안될 명백한 논리가 따로 있다. 바로 IMF사태가 아직 그들 을 풀어줘서는 안되는 가장 큰 국민정서상의 명분이기 때문이다.
한보의 7조3천억원 부실 특혜금융이 현 IMF경제 파탄의 주된 원인중의 하 나였음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전국민을 고통속에 쓸어넣은 IMF의 한파가 이제 막 시작되고 있는 시점에서 금융비리의 핵심 책임자들을 맥없이 풀어주 는 것은 명백한 반정의다. 법의 정의와 가치도 그시대가 합의도출한 정의와 가치에 따라 유연한 탄력을 갖고 운용될 수 있어야 한다.
지금 정치권과 검찰이 법을 단순히 조문해석 차원에서 적용하려 드는 것은 IMF라는 위기 현실이 만들어 내고 있는 또 다른 법정의나 정서를 잊고 있거 나 모른척하고 있다는 불신을 자초하는 일이다. 더구나 IMF경제실정(失政)의 책임자 조사처벌을 호언해온 새정부의 정치권이 한보 비리주체들은 거꾸로 풀어주고 있는 것은 커다란 자가당착이 아닐수 없다.
지금 세상을 살펴보라. IMF로 직장을 잃고 생계가 막막해진 죄없는 서민들 이 좀도둑이 돼가고 있는 세상이다. 6개월된 자식의 분유 살 돈이 없어 고철 더미를 훔치려던 젊은 아버지가 도둑이 되고 허기에 지쳐 남의 빈 사무실을 뒤지던 실직근로자가 좀도둑이 되고있다. 빵 한조각에 도둑이 된 IMF판 장발 장이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나라야 거들나든 말든 십억대의 뇌물을 먹은 깃털들이 감방에서 풀려나는 동안 그 빈 감방 자리에는 IMF원죄없이 삶터를 잃은 장발장들로 대신 채워지 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장발장들이 나와야 할지 모른다. 깃 털을 풀어주고 장발장은 묶는 것은 분명히 정의가 아니다. 법은 어디까지나 법이라고 강변하겠지만 장발장들의 억장 무너진 가슴속엔 '그것도 법이냐'는 모래시계 대사같은 목멘 항변이 치밀수 밖에 없다.
몸이 아픈 수감자들을 꼭 차가운 감방안에 가둬둬야 한다는 차가운 말이 아니다. 외부병원 치료허용은 교도소장의 직권으로도 가능한데도 굳이 형집 행정지 결정까지 내준 유권무죄(有權無罪)식의 정치적 해법이 IMF로 예민해 있는 다수 국민들의 심기를 건드리게 된다는 얘기다. 소문으로는 한보비리 주범인 정태수씨까지 석방될거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16명 한보사건 구속 자중 1년도 안돼 벌써 10명이 이런저런 구실로 풀려났는데도 이 난국속에서 계속 더 풀어주겠다는 얘기다. IMF로 경제가 파탄난 한국이 이제는 법정의까 지 파탄난 '법 집행정지 국가'가 된게 아닌가 우려할 정도다. 검찰과 정치권 은 깃털과 장발장 중 누가 더 나라를 위해 땀 흘렸던가를 생각해 보고 감옥 문을 여닫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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