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휴대폰과 편지

통신기술이 발달되면서 휴대폰이 우리사회의 가장 보편적인 통신수단이 되었다. 자영사업자를 비롯해서 웬만한 직장인은 물론이고 가정주부, 학생에 이르기까지 휴대폰은 널리 보급돼 어느덧 생활필수품의 반열에 올랐다. 언제 어디에서라도 신속하고 정확한 의사소통이 가능해졌으며 무엇보다도 공간의 벽을 허물 수 있어 매우 편리해졌다.

그러나 이러한 초공간적 통신이 스피드를 요하는 산업사회의 경쟁력 확보에는 크게 기여하겠으나우리의 정서적 영역까지 편안하게 해주지는 못한 것 같다. 우리는 더 바빠졌고 더 긴장하면서 살아가게 되었다.

또한 사용에 있어서도 예의바르고 규범적인 사용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못하고 있다. 회의도중 벨이 울리고, 의식행사 중 특히 묵념시에 벨이 울려 엄숙함을 훼손하는 것등은 통신공해이며 문명의이기가 반문화적으로 쓰여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휴대폰의 홍수 속에서 옛날의 통신수단이 가끔씩 그리워진다. 아마도 고전적인 통신이 낭만적이고교양이 있으며 문화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봉화불, 비둘기통신, 파발마의 전갈, 승전보를 알리기 위해 백리길을 달린 인간통신 마라톤등에는많은 애환과 사연이 담겨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대표적인 고전통신은 편지일 것이다.어린시절 우리가 주고 받았던 편지에는 인사말을 하는 예의가 있었고, 문학과 인생이 있었으며,현실에 없는 새로운 세계와 보내는 사람의 마음이 그려져 있었다. 그래서 사랑은 편지로 고백하고, 한장의 편지로 인연이 맺어지기도 했다. 현대적 통신이 아무리 신속하다해도 사람의 마음과마음을 연결하는데는 편지가 휠씬 더 빠른 것 같다.

지금 IMF시대에 마음도 우울하고 외화도 아껴야 하는데 휴대폰은 좀 멀리 하고 가장 문화적인통신인 편지를 써보면 어떨까.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사무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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