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부도업체 꿈같은 재기드라마

아직은 희망을 잃을 때가 아니다. IMF의 소용돌이에 탄탄하던 기업들도 맥없이 도산하는 현실, 그러나 위기극복에 대한 자신감으로 뭉친 종업원들이 피와 땀을 쏟아쓰러진 기업을 다시 일으켜 재기하는 모습들이 곳곳에서 활기와 희망을 불어넣고있다. 부도업체 상당수가 경영부실이 아니라 일시적인 자금난으로 도산한 탓에 "의지만 있으면 되살릴 수 있다"는 분위기가 입에서 입으로 노동자들 사이에 급격히확산되고 있다.

쌀통 전문 생산업체로 국내시장 점유율이 20%%에 이르던 대구시 달서구 성서공단내 동서물산. 종업원 50명에 연간 매출액이 40억원이던 회사가 느닷없이 부도를 맞은 것은 지난해 11월초. 제2금융권에서 대출금 25억원을 일시에 회수해간 탓에 맥도 못 쓰고 쓰러진 것. 재기를 향한 종업원들의 노력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대표단을 구성해 채권단과 납품회사를 상대로 협상에 나서는 한편 임금 30%%를 반납했다. 32명의 동료들이 떠나갔지만 남은 사람들은 밤낮없이 회사를 살리는데 땀을 쏟았다. 두달이 지난 현재 7명의 동료가 다시 돌아왔으며 회사 정상화를 눈앞에 두고있다.

지난96년1월 부도가 난 대구시 서구 염색공단의 풍광염직. 3억원의 빚만 남기고 사주가 모습을 감춘뒤 누구도 이 회사의 회생을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50명의 종업원 중 단 한명도 자기 자리를 떠나지 않고 묵묵히 생산에 매달려 기적을 일궈냈다. 빚을 다 갚은 것은 물론 지난해 2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은행으로 넘어간 공장도 36억원에 상반기중 다시 매입할 계획이다.

이밖에 서대구공단내 동양 어패럴이나 부광직물, 성서공단의 삼흥섬유와 금성염직등 지역내 10여개 업체가 부도 이후 종업원들의 피땀어린 자구노력으로 정상화의길을 걷고 있다. 월급을 못 받아도, 일부 동료들이 생활에 쫓겨 자리를 떠나도 "좋은 날 맘껏 웃을 수 있다"는 희망을 유일한 자산으로 감동의 드라마를 만들어가고있는 것이다.

더욱 큰 수확은 이들의 값진 노력이 공단 구석구석으로 전해지면서 암울하던 공단의 분위기가 조금씩 되살아난다는 사실. 업체관계자는"어디든 어렵다는 현실 때문에 부도가 나도 내 회사를 살리자는 움직임이 번지고 있다"며"되살아난 기업들의소문이 퍼지면서 자신감을 되찾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李宰協기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