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재음미하는 설의 의미

'까치 까치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섣달 그믐날을 왜 하필 까치설날이라 했을까. 까치도 설을 쇨까. 까치가 설을 쇤다면 왜 '우리설'보다 하루 앞당겨 섣달 그믐날을 설로 여길까.

설빔과 관련하여 생각하면 수수께끼의 답을 얻을 수 있다. 섣달 그믐날은 아이들이 설빔으로 때때옷인 까치저고리와 까치두루마기를 미리 입어보고 손뼉을 치며 좋아 날뛰는 날이어서 까치설날로이름붙여 졌다.

어린이들의 설은 이렇게 섣달 그믐부터 까치옷과 함께 하루 앞서 찾아온다. 그렇다면 설날은 왜까치옷과 같은 알록달록한 새 옷을 설빔으로 입을 까? 새해 새날을 처음 맞이하고 새해 첫삶을시작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흔히 객지를 일컬을때 '낯 설고 물 설은 고장'이라고 한다. 정월 초하루는 해가 새로 바뀐 날로해(年)도 설고 날(日)도 설은 새해 새날이란 뜻으로 '설'이란 명칭이 생겼다는 어원분석이 유력하다. 수천만명이 고향과 부모.친지를 찾는 최대의 명절 '설'은 처음과 시작, 만남과 헤어짐의 의식이 녹아있다. 묵은 세배와 그믐제사는 '끝'의 의식이고 첫날 세배와 차례는 '시작'의 의식이다. 세배는 설에만 하는 것이 아니다.

일년 마지막날인 섣달 그믐날에도 묵은 세배를 한다. 육당 최남선은 "연초에 세배를 하는 상대에게 연말에 감사의 뜻을 올리는 것은 당연하다는 고대적관념이 묵은 세배로 바뀌었다"고 풀이한다.만남의 인사가 시작을 순조롭게 하듯 헤어짐의 인사는 마무리를 원만하게 하기위한 '끝'의 의식이배어 있는 것이다. 명절에는 별식을 만들어 먹는 것이 우리네 풍습. 정월 대보름에는 오곡밥, 동지때는 팥죽을 먹는다. 그런데 새해 첫날 왜 밥이 아닌 떡국을 먹을까?. 아무것도 섞지않은 흰떡을끓여먹는 것은 새해의 밝음과 처음, 깨끗함을 상징한다.

새해가 티없이 밝은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하는 뜻이 담겨있다.또 떡국은 즉석상차림이 가능하고 요리하기가 편리하다. "설날에 일하면 죽을때까지 헛손질한다"는 옛말이 있듯 주부들이 간소하게 차려 낼 수 있는 기능성이 함께 고려됐다.

'설'은 또 우리 민족의 생명관과 연령관이 결부돼 있다. 태어난 순간 이미 한 살 먹은 것으로 간주할 뿐 아니라 출생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도 설을 새로 쇠 두 살이 된다. 선조들은 설을 문화적체험과 정신적 성숙의 의례로 간주해 물리적인 시간으로 나이를 헤아리는 서양과 대비된다.안동대 임재해 교수(민속학과)는 "우리 민족은 설을 기준으로 나이를 먹는 문화적 연령관을 가지고 있다"며 "처음과 시작, 통과의례 의미가 담긴 설을 생산성위주의 현대적 시각으로만 바라보는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李春洙기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