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돼지 7형제가 살았습니다. 이들은 주인이 갖다 주는 먹이를 먹어 가면서 큰불평이 없이 사이좋게 지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들고양이 한 마리가 놀러를 왔습니다.
"어, 돼지들. 우리 친하게 지내 보자"
"응, 그런데 넌 못 보던 고양이구나"
"난 아랫마을 최진사댁에 살았는데 워낙 구박이 심해서 어디 살 수 있어야지. 그래서 이 마을로 도망왔는데 세상 구경도 마음대로 할 수 있고 너무 좋은 거 있지"하며 들고양이는 자랑스러운 듯이 수염을 만지작거리며 뽐을 내었습니다. 평소에 호기심이 많던 막내 돼지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들고양이 앞으로 바싹 다가 앉았습니다.
"들고양이야, 바깥 세상이 그렇게도 좋아"
"그럼 말이라고 해? 여행을 떠나고 싶으면 언제든지 떠날 수 있어 좋아. 배가 고프면 온 들판이 내 식량이잖아. 그리고 목이 마르면 강가로 나가 마음대로 물을 마실수도 있고…"
그때 제일 큰형 돼지가 들고양이의 말을 가로막았습니다.
"아니야. 바깥 세상이 네 말처럼 그렇게 재미있는 곳은 아닐 거야. 그래도 우린 여기 있으면 부족한 것은 없어"
"이 식충아. 먹을 것만 풍족하게 있다고 해서 어떻게 세상을 산다고 할 수 있니?낭만도 즐기며 살아야지!"
그 말을 들은 막내 돼지는 지금 당장 들고양이를 따라 바깥 세상으로 나가자며 형들 돼지에게 떼를 썼습니다. 이렇게 서로 옥신각신 입씨름을 하였습니다.
그때 옆에 있던 다른 돼지가 말하였습니다.
"자꾸 싸울 게 아니라. 이제까지 한 것처럼 다수결로 정하여 단체 행동하면 되잖아"
다른 돼지들도 그 말에 동의를 하고 다수결로 해 보니 바깥 세상으로 나가자고 하는 의견들이 더 많았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돼지 우리를 부수고 주인이 못찾게 모두 깊은 산 속으로 도망갔습니다. 마침 겨울이라서 돼지들은 먹을 것도 없을 뿐더러 추워서 어찌할 줄을 몰라 했습니다. 그리고 맹수들에게 이리저리 쫓겨 다니다보니 얼마 가지 않아 모두 탈진 상태가 되어 더 이상 움직일 수 없게 되었습니다."다수결이 좋다라고 할 수는 없어. 주인이 주는 먹이를 먹으면서 똥 묻은 몸으로뒹굴 때가 좋았어…"하며 돼지 7형제는 쓸쓸히 죽어 갔습니다.
강조체:다른 돼지들도 그 말에 동의를 하고 다수결로 해 보니 바깥 세상으로 나가자고 하는 의견들이 더 많았습니다.
여럿이 주장하는 판단이란 어떠한 의견을 개인이 주장하여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여러 명이 내린 결정을 이르는 말입니다. 의견에 따라서 다수결로 결정해 버리면그것이 올바른 판단이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돼지 7형제들은 다수결로 해서 의견에 대한 판단을 내렸지만 그 판단은 옳은 것이아니었습니다. 이렇게 '여럿이 주장하는 판단이 옳은 주장'이라고 착각하는 경우는아주 흔합니다. 도둑을 색출해 내는데 여러명의 경찰관이 특정 사람을 지목한다고해서 반드시 그 특정인이 범인이라고는 할 수 없겠지요.
또 색깔을 구분하지 못하는 색맹인 사람들이 모여 빨간색을 보고 초록색이라고 한다고 해서 그것이 진짜 초록색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러한 예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여러 사람이 주장한다고 해서 무조건 옳은 판단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여러명이 어떤 의견을 주장할 때는 그것을 꼼꼼히 따져 보고 세밀히 검토한 후에 결정을 내려야겠습니다.
글:양인렬 (에이스 논술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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