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야기 논리마당-공포분위기를 만드는 판단

"자, 오늘부터 새 학년 새 학기가 시작된다. 이제 학년도 올라갔으니 자기가 할 일은 알아서 해야지. 청소당번도 여러분 스스로 정해보기 바란다"

새 학년의 새로운 담임선생님이 나가시자 덩치 큰 동철이가 교탁위로 올라갔습니다."선생님 말씀대로 청소당번을 우리가 정하려면 먼저 청소반장이 있어야 할 것같아. 어떻게 생각해?"

학년 전체에서 싸움을 제일 잘하는 동철이가 무서운 표정으로 말하자, 아이들은 아무말도 못했습니다. 동철이는 씩 웃더니, 의기양양하게 외쳤습니다.

"나는 작년에도 청소반장을 했거든, 해 본 사람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청소반장 하고 싶은 사람 있으면 나와봐"

동철이가 무서운 표정으로 말하자, 누구 하나 손을 드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저 자식이 얼마나 무서운데. 말 안들으면 막 때린단 말이야"

작년에 동철이와 한 반이었던 아이들은 소근거리며 동철이 눈치를 살폈습니다."자, 그러면 청소반장은 내가 하고, 청소당번을 어떻게 정할 것인지 이야기해 봐"그래도 아이들이 잠잠하자 동철이는 같은 반이었던 경민이를 일으켜 세웠습니다."야, 네가 이야기해 봐"

"응, 저 내 생각에는 분단별로 청소를 1주일 단위로 하고 청소반장이 남아서 뒷정리도 하고 선생님께 청소검사도 받았으면 좋겠는데"

"뭐, 청소반장이 뒷정리를 하고 선생님께 검사를 받는다고?"

경민이의 이야기를 들은 동철이는 화가 났습니다.

"야, 신경민! 너 집에 갈때 나 좀 보고 가!"

그 말을 듣자 경민이는 새파랗게 질렸습니다. 동철이는 씩씩거리며 제일 앞에 앉은 한규보고 물었습니다.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응, 저… 청소반장은 그냥 일이 있을 때만 선생님께 청소검사를 받으면 좋겠어. 집에는 일찍 가고, 청소반장은 청소 안해도 되잖니?"

"그래, 한규 의견이 좋은 것 같다. 그러면 한규 의견대로 오늘부터 청소를 하면 되겠다"한규는 자리에 앉으면서 자기가 과연 옳은 말을 한 것인가 고개를 갸우뚱 거렸습니다.공포분위기를 만드는 것도 판단을 흐리게 하는 한 가지 요인입니다. 옳고 그른 것을 분별할 수 있어도 힘에 의해 그른 판단을 하게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종종 어른들이 "너, 공부 못하면 이 다음에 훌륭한 사람도 못되고 잘 살지도 못한다"고 겁을 주는 경우가 있지요? 공부를 잘 하고 못하고는 훌륭한 사람이 되고 못 되고와는 상관이 없는 문제입니다. 그런데도 어른들의 그런 말에 의해논리적인 판단을 할 수 없게 되는 것이지요. 힘이 센 사람이 힘이 약한 사람에게 협박하는 것도올바른 판단을 할 수 없게 만드는 것입니다. 여러분에게 논리가 필요한 것도 이것 때문입니다.상황과 관계없이 올바른 판단을 하려면 힘을 무서워하지 않고 '논리'라는 무기가 있어야 합니다.

한규가 한 판단은 옳은 판단이었을까요? 동철이의 주먹이 무서워 자기의 의견을 제대로 말하지못한 것이 한규의 잘못만은 아니지요. 이렇게 공포분위기를 담고 있는 상황에서는 판단을 제대로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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