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환영만찬 "고별사"

"맺힌 것이 있다면 풀어주길 바랍니다"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은 23일 저녁 세종문화회관에서 고건(高建)총리 주최로 열린 환송만찬에 참석, 자신의 재임동안 생긴 앙금을 모두 털어내줄 것을 호소하는 고별사를 했다.특히 김대통령은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으로 "저의 본의와는 다르게 피해를 본 분들에게 너그러운마음을 가져줄 것을 당부한다"며 화해를 촉구했다.

김대통령의 이같은 언급은 그동안의 개혁 및 사정작업의 와중에서 자신과 맞섬으로써 이른바 '팽(烹)'되는 등 피해를 본 사람들에게 용서를 비는 것에 다름 아니다. 퇴임하는 마당에 깊이 패인감정의 골을 메우고 이해를 구하자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대통령은 최근의 잇단 고별모임에서도같은 맥락의 발언을 자주 했다.

역사 바로세우기 과정에서 옥고를 치른 전두환(全斗煥).노태우(盧泰愚)두 전직대통령이나 자신과등돌렸지만 새 정부의 초대총리로 지명된 자민련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 등을 염두에 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화해를 요청하는 발언임에는 틀림없다.

이어 김대통령은 "분야에 따라 개혁노력이 상당한 성과를 거두긴 했지만 우리 현실의 벽은 높았고 세계는 빠른 속도로 변했다"며 "결과적으로 오늘의 금융.외환위기에 미리 대비하지 못한 것이무엇보다 통탄스럽다"고 술회했다.

이날 환송만찬에는 3부요인을 비롯해 정당대표, 경제-언론-종교계대표와 주한 외교사절등 각계인사 4백여명이 참석, 두 전직대통령과 최규하(崔圭夏)전대통령은 불참했다.

〈吳起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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